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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패권국가 실현할 지역산업 융합 AI에 관심을 [기고/허성욱]

입력 | 2022-10-26 03:00:00

허성욱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란 아프리카 속담은 양육의 어려움과 위대함을 설명할 때 종종 인용된다. 이 말은 이제 다음과 같이 변주해도 무리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AI) 하나를 키우기 위해 마을 전체가 필요한 세상이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의 마을들은 인공지능을 부지런히 키운다. 프랑스 서부 샤랑트 지역에는 잡초 제거 로봇 ‘테드’를 활용해 포도나무 주변 잡초를 제거하고 밭을 가꾼다. 일본의 에히메현 우와지마시의 스마트 방어 양식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생선의 식욕이 언제 가장 왕성한지를 판단하고 사료를 언제, 얼마만큼 줘야 하는지를 결정한다. 낭비되던 먹이의 양은 10% 줄었고 양식 기간도 1개월 정도 단축됐다.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 저성장 산업 구도, 지역 침체 가속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인공지능을 지역별 특화산업에 융합하여 지역산업의 생산성 증가와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AI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성장 산업 구도를 고성장으로 전환하고 가속화된 지역 침체를 반전시키고자 한다.

올해 초 공모를 통해 선정된 광역지방자치단체 대전, 충남, 광주, 대구, 경남, 제주 등 6개 지역은 정부 지원을 통해 지역특화산업을 인공지능 중심으로 설계해 성장시킬 계획이다.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위한 실증 실험실(랩)을 만들고, 인공지능의 딥러닝 자원을 활용해 물산업, 친환경 모빌리티, 의료 헬스케어, 수송기기·기계소재부품, 자동차 부품, 그린 에너지 등 지역특화 산업을 인공지능화한다. 개발 목표는 59개 인공지능 융합 솔루션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여 지역산업 생산성을 7% 증가시키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 사업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하니, 그 효과를 체감한 민간 기업이 정부 지원금 115억5000만 원의 약 18배 규모인 2103억8000만 원(2023∼2025년)을 투자하기로 했다.

디지털 혁신의 마중물이 될 이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는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 예로, 인공지능이 정수장 내 펌프별 유량을 자동 조절하면 연간 전력 소비량 10% 절감 등 운영비 약 57억 원이 절감되고, 적수(붉은 수돗물)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는 등 그 수혜는 지역산업과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인공지능의 효과를 국민은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것들이 더 많아질 때마다 미래형 산업으로 개편된 지역경제는 중앙과 균형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고, 나아가 초일류 인공지능 국가, 디지털 경제 패권 국가 실현이 앞당겨질 것이다.

이제 좀 더 욕심내서 경구(警句)를 수정해 보자. “인공지능 하나를 키우기 위해 마을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관심을 가질 세상이 되었다”라고.


허성욱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