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애 항의하여 본회의를 보이콧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했다. 취임 후 첫 예산안 시정연설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을 이유로 참관을 거부해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수사에 필요한 압수수색이겠지만 꼭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5년 전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 시정연설 때도 여야 갈등이 극심했으나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최소한 참관은 거부하지 않았음을 민주당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를 확대시킨 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약자 지원, 사회기반 확충, 안보 강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존 예산의 확대를 언급했다. 실제 문 정부 5년간 본예산이 연평균 8.7%씩 늘어 전년 베이스가 대단히 커진 상황에서 5.2%를 더 늘렸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한 것이라고 자평했으나 그것은 전년의 본예산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전체 예산과 새해 본예산을 비교한 것으로 비교 대상이 다르고 새해에도 경제 위기 등의 여파로 추경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적실성이 떨어진다. 방만한 예산 항목은 더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 예산에 대해서는 피해가거나 침묵했다. 노인 기초연금은 민주당이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리고 대상도 70%에서 100%로의 확대를 추진해 재정 파탄을 몰고 올 우려가 있다. 윤 대통령은 기초연금을 인상하겠다면서 구체적인 수치나 재정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출산 후 1년간 70만 원을 지급하는 부모급여는 비용 대비 효과가 의심스러움에도 예산안에 반영해 놓고 거론하지 않았다. 병사 월급을 82만 원에서 130만 원으로 올리는 예산은 초급 간부 보상도 비례적으로 커지지 않으면 우수 간부 충원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국가를 위한 헌신에 대한 존중만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