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군용산기지 이전후 폐쇄… 작년 국방부 소유된 군사보호구역 일반인 출입금지됐지만 관리 부실, 정문 열려있고 울타리 일부 치워져 “사실상 방치… 안전사고-범죄 우려”… 경찰 “보수” 요청… 軍 “경계 보강”
군사보호구역인 경기 하남시 옛 성남골프장 부지에 인근 주민들의 무단 침입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미군이 국방부로 반환한 이곳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군의 관리 소홀로 일부 주민이 들어가 골프까지 즐기는 실정이다.
○ “군인 없을 때 잔디 깎고 골프 쳐”
군사보호구역인 경기 하남시 옛 성남골프장 정문 출입구가 14일 오후 열려 있다. 지키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위쪽 사진). 아래쪽은 같은 날 오후 무단 침입한 남성이 골프 연습을 하는 모습. 국방부는 2021년 미군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골프장 부지를 현재 군 훈련장으로 사용 중이지만, 일반인 출입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남=주현우 인턴기자 서강대 물리학과 4학년
14일 낮 12시경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곳을 찾았을 때 정문 출입구에는 군 장병과 군용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 모습이었다. 군 관계자는 “진지 구축 및 철거 훈련 등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출입구에는 “경고(출입제한구역). 본 시설은 국방부 소관 국유재산으로 무단출입 시 경찰 고발 대상”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출입구 옆으로는 철조망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다.
그런데 군용차량과 군인이 모두 떠난 오후 4시 반경부터 철조망 안쪽에서 산책을 즐기는 주민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골프채를 든 채 골프장 쪽으로 향하는 주민도 있었다. 주변 높은 건물에 오르니 안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주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민 A 씨는 “철조망을 슬쩍 들어올리면 들어갈 수 있다”며 “주민들끼리 골프 치기 좋은 자리를 놓고 ‘내가 먼저 왔다’며 자리싸움을 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다른 주민들도 “경비 인력이 없으니 직접 잔디까지 깎은 다음에 골프 연습하는 사람도 있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린다”고 했다.
○ “사고나 범죄라도 일어날까 걱정”
2021년 미군이 국방부로 반환한 뒤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관리가 안돼 수풀이 우거진 옛성남골프장. 성남=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관할 경찰도 이 같은 실태를 알고 있었다. 이 지역 파출소 경찰관은 “일부 주민들의 무단 출입 사실을 국방부 측에 알리고 시설 보수를 몇 차례 요청해 놓은 상황”이라고 했다.
출입 통제가 안 되고 있다는 취재팀의 지적에 국방부 관계자는 25일 “울타리는 보강 작업 중이며 (정문) 출입구는 잠그고 폐쇄했다. 순찰 및 주민 계도를 강화하는 한편 경계시설도 보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2020년에도 미군 부대가 떠나고 국방부에 반환된 경기 의정부시 군사보호구역에 서바이벌 게임 동호회 회원 30여 명이 무단 침입해 게임을 즐기다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군사보호구역 무단 출입 시에는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주현우 인턴기자 서강대 물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