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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성, 5kg 벌크업해 중앙공격수 되더니 득점왕까지

입력 | 2022-10-26 03:00:00

2020년 2부 안양서 전북으로 옮겨 ‘포스트 이동국’ 불리기도 했지만
몸싸움 약해 ‘멸치’란 별명도 얻어
군복무로 김천서 뛰며 체중 불린뒤 올시즌 17골 생애 첫 득점왕 올라
“이젠 국가대표로 월드컵 무대 꿈꿔”



조규성(전북)은 지난해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이후 근육량과 체격을 키우는 ‘벌크업’으로 약점으로 지적받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공격수가 됐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득점왕에 오른 조규성은 올해 A매치 11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대표팀 골잡이로도 자리를 잡았다. 동아일보DB


조규성(24·전북)은 2022년을 잊지 못할 한 해로 만들고 싶어 한다. 목표를 절반은 이뤘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로 득점왕에 처음 올랐다. 조규성은 23일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인천과의 파이널 그룹A 최종전을 앞뒀을 때까지만 해도 17골을 기록 중이던 주민규(32·제주)보다 2골이 적은 득점 2위였다. 인천전에서 두 골을 넣은 조규성은 주민규보다 출전 경기 수가 적어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조규성은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한 후로 개인상을 받은 건 처음”이라며 “올 시즌 도중 득점 순위 상위에 올라 있을 때도 ‘내가 득점왕을 할까’ 하고 계속 의심했다”고 했다. 전북 소속 선수가 득점왕이 된 건 2009년 ‘라이언 킹’ 이동국(43) 이후 13년 만이다. 조규성은 이동국이 은퇴한 해인 2020년 K리그2(2부 리그) 안양에서 전북으로 이적했다. 전북 입단 당시엔 ‘포스트 이동국’으로 불렸다. 조규성은 “‘포스트 이동국’이라는 말이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젠 영광이라 생각한다”며 “득점왕에 오른 뒤 이동국 선배님에게 연락했다. ‘배운 대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더니 선배님이 ‘다음에 같이 밥 먹자’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2019년 K리그2(2부 리그) 안양에서 프로에 데뷔한 조규성은 당시 키 189cm에 몸무게가 77kg 정도로 말라서 멸치라고 불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20년 전북 입단 당시 조규성은 키(189cm)에 비해 왜소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몸무게는 77kg이었다. ‘멸치’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몸싸움에 약해 상대 수비수와 많이 부딪치는 중앙공격수보다는 윙어로 출전할 때가 많았다. 2021년 국군체육부대(상무) 팀 김천 유니폼을 입은 뒤 조규성은 근육량과 체격을 키우는 ‘벌크업’을 시작했다. 그는 “공격수인데 자존심이 상했다. 군대에서 몸집을 제대로 키워 보자고 마음먹고 웨이트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조규성의 지금 몸무게는 82kg이다. 입대 전보다 5kg가량 늘었다. 몸 전체에 근육이 붙으면서 자신감도 함께 붙었다. 지난해에는 커진 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지만 코어와 밸런스 운동을 병행하며 몸을 제대로 다루는 방법을 터득했다. 올 시즌 리그 17골 중 필드골은 10골인데 왼발(5골), 오른발(3골), 헤더(2골)이다. 조규성은 “나 스스로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처음부터 열심히 해야 했다”며 “선수라면 운동하면서 부족한 것이 뭔지 생각하고 보완해야 한다. 비결은 없다”고 했다.

올 시즌 조규성은 K리그 최고 골잡이로 올라섰다. 이제 카타르 월드컵에서 국가대표 공격수로 활약하며 목표의 남은 절반을 채워야 한다. 지난해 9월 태극마크를 처음 단 조규성은 A매치 15경기에서 4골을 기록 중이다. 다음 달 12일 발표되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26명)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 주전 공격수 자리를 놓고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조규성은 “(2부 리그) 안양에 있을 땐 1부 리그 진출이 목표였다. 전북에서 뛸 땐 국가대표로 뽑히고 싶었다. 이제 꿈은 더 커졌다”며 “내가 생각해도 올해 정말 성장했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