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티켓 판매액 2316억원,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
뮤지컬계 신작 올리기엔 부담… 스테디셀러 작품 위주로 공연
‘영웅’ ‘지저스…’ ‘스위니 토드’ 등 하반기 대작들 잇따라 관객 찾아
《뮤지컬 ‘영웅’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스위니 토드’….
올겨울 수년간 관객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 온 스테디셀러 대극장용 뮤지컬들이 대거 개막한다.
최근 3년간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공연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자 대작 뮤지컬들이잇달아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친 것이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공연계
실제로 공연계는 빠른 속도로 팬데믹 후유증을 회복하고 있다. 25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공연예술계 티켓 판매액은 2316억 원으로 2019년 하반기 1928억 원보다 20%가량 늘었다.
하반기 공연 시장은 통상적으로 상반기보다 1.3∼1.5배가량 많은 티켓이 판매된다는 점에서 올해 공연계 티켓 판매액은 5300억∼5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2343억 원의 두 배 이상이다.
공연계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은 각 공연 제작사들이 이미 견고한 팬덤을 확보한 스테디셀러를 공연함으로써 안정적 수익을 창출한 측면이 크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많은 제작사들이 팬데믹 기간 발생한 손해를 보전하고 향후 신작 발굴 자원을 쌓고자 각 사가 보유한 스테디셀러 위주로 공연을 올렸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전 장르 티켓예매순위 상위 10개 작품 중 14만 명 관객을 동원한 ‘하데스타운’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은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레베카’ ‘프랑켄슈타인’ ‘웃는 남자’ ‘아이다’ ‘마타하리’ 등 전부 스테디셀러였다.
스테디셀러의 활약 이면엔 팬데믹 기간 줄어든 공연 수익으로 각 제작사들이 신작 뮤지컬을 제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측면도 있다. 보통 뮤지컬 기획·제작에 드는 기간은 3∼4년인데 최근 3년간 공연계는 코로나 여파로 수익이 반 토막 났다. 자금 사정이 탄탄한 일부 제작사만이 신작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올 하반기 초연되는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이프덴’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쇼노트가, ‘물랑루즈’는 CJ ENM이 제작한다.
○ 하반기 라인업도 스테디셀러… 도전보단 ‘안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반기 라인업 역시 스테디셀러 작품 위주다. 다음 달 10일 7년 만에 재공연되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대표적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 7일 전부터 십자가 처형까지 다루는 ‘지저스…’는 1980년 국내 초연됐다. 올해 여덟 번째 시즌을 맞아 이번 공연에선 무대와 의상을 전면 개편한다.
1979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뮤지컬 ‘스위니 토드’도 12월 1일 개막한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 런던에서 이발사 벤저민 바커(강필석 신성록 이규형)가 터핀 판사(김대종 박인배)에 의해 누명을 쓰고 15년간의 옥살이를 마친 후 치밀한 복수를 펼치는 스릴러 뮤지컬로, 6일 프리뷰 티켓 오픈 당시 5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출연했던 초연 배우 전미도가 6년 만에 러빗 부인 역으로 복귀한다. 12월 21일 개막하는 ‘영웅’도 올해 9번째 시즌을 맞는다. 안중근 역의 초연 배우 정성화가 출연하는 영화 ‘영웅’도 비슷한 시기 개봉한다.
300∼500석 규모의 중소극장이 포진된 대학로 상황도 비슷하다. 대학로의 주요 중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 중 티켓 판매 순위권에 오른 ‘사의 찬미’ ‘랭보’ ‘빨래’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도 역시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한편 김용제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은 “팬데믹 손해 보전을 위해 관객이 확보된 스테디셀러 위주로 공연하는 것이 제작사로선 합리적인 판단이지만 흥행 뮤지컬로 자원을 축적해 신작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