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시정연설 보이콧] 尹 예산안 시정연설 반쪽 진행
검은 마스크 쓴 野, 침묵시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들어서자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야당을 향한 막말과 정쟁에 사과하라”며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野 “尹 혼자만의 시정연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연설을 30분 앞두고 의원총회를 열어 시정연설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은 오늘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전면 거부한다”며 “우리 당이 국민을 대신해 전하는 엄중한 경고를 윤 대통령은 겸허히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와 박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연설에 앞서 국회의장단과 국무위원, 여야 대표단 등이 참석하는 사전 차담회에도 불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 입장하기 전부터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 모여 검은 마스크를 낀 채 손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민생외면 야당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 “국회 모욕 막말 욕설 대통령은 사과하라”라고 구호를 외치다가 윤 대통령이 국회로 들어서자 침묵시위로 전환했다.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동안 민주당은 바로 맞은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모여 비공개로 의총을 진행했다. 민주당은 본회의가 산회한 뒤 로텐더홀 계단에서 한 차례 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 뒤 해산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안에서) 시정연설을 보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은 뒤늦게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은 야당의 사과 요구에 침묵한 채 ‘혼자만의 시정연설’을 이어갔다”며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제시한 내년도 예산안의 방향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 한 가운데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2.10.25.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與 “이재명 사당화”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윤 대통령을 박수로 맞이하며 “윤석열” “힘내세요” 등을 연호했다. 약 18분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동안 총 19번의 박수가 나왔다. 민주당의 불참으로 장내가 썰렁한 것을 의식해 5월 있었던 윤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 때(18차례)보다 더 많은 박수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의원은 윤 대통령의 연설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직접 찍기도 했다.윤 대통령도 연설이 끝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 만나서는 어깨를 두드리며 짧게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시정연설에 불참한 민주당을 향해 ‘헌정사의 오점’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십수 년 정치하면서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이렇게 무성의하게 야당이 대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는 것은 선택이나 재량 사항이 아니라 국회의 의무”라고 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시정연설 거부와 본회의장 앞 ‘이재명 구하기용’ 피케팅은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私黨)’ 선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 방탄 역할을 하느라 예산안을 듣지도 않고 심사하겠다고 한다. 공당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이재명 한 사람 개인의 이익을 위해 민주당이 존재하는 것이냐”면서 ‘사당화’라고 비판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