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시정연설] 국회 시정연설서 재정건전성 강조
장제원 어깨 두드려주는 尹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윤핵관’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장 의원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짧은 귓속말을 나눴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2023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건전성 유지 기조를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639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놓고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한 것”이라면서 “(내년은)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퍼주기 예산’을 남발하면서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5월 16일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 이후 이날 두 번째로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섰다. 본예산 기준으로는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18분 28초 동안 진행됐다.
○ 尹 “정치적 목적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 지적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글로벌 복합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어떻게 민생 현안을 해결해 나갈 것인지 그 총체적인 고민과 방안을 담았다”고 자평했다. 특히 “우리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이 결국 재정수지 적자를 빠르게 확대시켰고, 나랏빚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1000조 원을 이미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성장과 약자 복지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을 위해서 국가재정이 건전하게 버텨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겨냥한 것이다. 국가 채무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660조2000억 원이었다. 그러나 임기 말인 올해 4월 말 기준 1075조7000억 원으로, 5년 새 400조 원 이상 늘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주변에도 이 수치를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 당시 퍼주기가 너무 심해서 내년에 긴축 재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교묘하게 국채 발행을 늘려 재정건전성을 크게 해쳤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약자 복지’, ‘미래 준비’ 예산 강조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약자 복지’ 예산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미래 준비’ 예산에 힘을 썼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도 ‘지원’(32회)과 ‘확대’(20회)였다. 경제(13회), 재정(12회) 등이 뒤를 이었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면서 “우리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약 4분을 할애해 △생계급여 인상 △사회보험 지원 대상 확대 △장애수당·장애인 고용 장려금 인상 △한부모 자녀 양육 지원 대상 확대 △반지하·쪽방 거주자 지원 △전세 사기 피해자 긴급대출 지원 신설 △청년주택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을 열거했다.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도약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예산이 반영된 점도 부각시켰다. 윤 대통령은 “메모리반도체의 초격차 유지와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문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에 1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또 “무너진 원자력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면서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해체기술 개발 등 차세대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