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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1개=1000원”…‘고물가 태풍’ 길거리 먹거리 가격도 ‘들썩’

입력 | 2022-10-26 10:00:00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위치한 붕어빵 가게에 ‘1개 1000원, 3개 2000원’이라는 가격 안내판이 붙어있다.


“가격보고 손님들이 기절초풍해요. 근데 붕어빵 재료 가격이 다 올라서 어쩔 수가 없어요”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동의 한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붕어빵 가게에 ‘1개 1000원, 3개 2000원’이라는 가격 안내 표시가 붙었다. 손님들 대부분은 가격을 보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퇴근길 허기진 배를 유혹하는 고소한 붕어빵의 냄새 때문인지 금세 주문이 밀려들었다.

이 가게 사장 60대 A씨는 “붕어빵 재료는 다 1000원씩 올랐다”며 “밀가루값도 비싸고, 식용유는 세배는 오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우리는 주변 다른 집에 비해 재료를 비싼 것을 쓰는데 내 성격에 그런(재료가 싼) 걸 팔 수 없다”며 가격을 1000원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가게의 붕어빵은 다른 가게에 비해 앙금이 꽉 차 있는 편이었다.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한 붕어빵 가게가 붕어빵을 ‘4개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서울 강남, 지방서도 ‘1개 1000원’ 붕어빵 등장…“재룟값 인상에 불가피”

서울에선 강남을 중심으로 이곳처럼 1개 1000원을 받는 붕어빵 가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강남역이나 압구정역, 매봉역 인근에 1개 1000원짜리 붕어빵 가게가 있다는 인증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충북 청주시 오창읍, 충남 논산시 연무대읍 등 지방에서도 붕어빵 가격이 1개 1000원으로 올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붕어빵 가격이 인상된 이유는 밀가루, 식용유, 설탕 등 재룟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붕어빵에 많이 들어가는 밀가루(42.7%), 식용유(32.8%), 설탕(20.9%) 3개 품목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붕어빵 팥소로 쓰는 수입산 붉은팥(40㎏) 도매가격은 27만8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9300원이 상승했다.

연료 가격도 문제다.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조리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LPG(프로판) 가격은 ㎏당 2470원으로 작년 10월(2163원)에비해 14.1% 올랐다. 붕어빵 가게에서 평균 3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20㎏ 가스통 가격으로 따지면 6000원 이상 비싸진 것이다.

◇“손님들 먹는 돈부터 아껴” 가격 인상 주저…성수기에도 문닫은 곳도 많아

이런 원재료 상승에도 겨울철 대표 서민 간식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것을 주저하는 가게들도 적지 않다. 양재역에서 찾은 다른 붕어빵 가게는 가격을 작년과 같이 2개 1000원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72)는 “1000원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람들이 돈을 아끼려고 하면 먹는 거부터 아낀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 평균적인 붕어빵 가격은 1000원에 2개였지만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만난 정모씨(62·여)는 4개를 주고 있었다. 정씨는 “원재료 가격 상승 때문에 한때 3개 1000원으로 가격을 올리기도 했지만, 다시 돌아왔다”며 “하루에 3만~4만원 번다”며 씁쓸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편의점, 카페 등에서 다양화되는 간식거리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붕어빵 성수기인 겨울이 오고 있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자 문을 열지 않는 가게도 상당수다. 정씨는 “인근에 붕어빵 가게가 셀 수 없이 많았는데 요즘은 두 군데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붕어빵 가게의 위치를 찾아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게를 찾아가도 사라진 곳이 절반 이상이었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서 붕어빵 가게를 하는 김모씨(63·여)는 “내 장사를 해서 마음은 편하다”면서도 “요즘은 식당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수입을 생각하면 붕어빵 장사를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타격을 받은 것은 붕어빵 외에도 다른 먹거리 노점상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30년째 분식 노점상을 했다는 최모씨(62)는 “물가가 너무 오르다 보니 재룟값 지불하면 남는 게 없다”며 “한달에 100만원 버는데 30년 장사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하소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