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효과 없는 美전략비축유 방출…“韓 정유사들 최대 수혜”

입력 | 2022-10-26 10:46:00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CLX) 전경.(SK이노베이션 제공)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료 가격 안정을 위해 취하는 정책이 결국 국내 정유사들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유가를 낮추기 위해 전략비축유 1500만배럴을 방출하겠다고 밝혔지만 국제유가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두바이유는 19일 배럴당 85.79달러에서 21일 90.74달러로 올랐고, 브렌트유는 같은 기간 92.41달러에서 93.5달러로 상승했다. 서부산텍사스원유(WTI)만 배럴당 85.55달러에서 85.05달러로 소폭 떨어졌다.

원유를 대규모로 풀겠다는 발표에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셈이다. 미국이 그동안 방출한 전략비축유 2억4000만배럴에 비하면 규모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연료 가격 급등 문제의 원인이 원유 부족이 아닌 정제설비 구조조정에 따른 석유제품의 공급 부족에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탈탄소 추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요가 줄면서 글로벌 정유회사들이 정제설비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저효율 정제설비를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EIA 등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하루 450만배럴 생산 규모의 정제설비가 폐쇄됐다. 미국 최대 정유기업인 마라톤페트롤리엄은 지난 2020년 정유시설 2곳을 폐쇄했다. 호주에선 BP(브리티시페트롤리엄)과 엑슨모빌이 각각 2020년, 2021년에 정유공장을 폐쇄했다.

유럽 최대 석유기업인 로열더치셀도 필리핀 정유시설을 폐쇄한 데 이어 미국 루지애나주 정유시설도 문을 닫기로 했다. 일본 최대 정유기업인 에네오스도 중국 페트로차이나와 함께 운영하던 오사카 정유시설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엔 유럽이 겨울 난방철을 앞두고 러시아산 원유(12월)와 석유제품(내년 2월) 수입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재고 확보에 나서 경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9월 셋째주 배럴당 0달러까지 떨어졌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도 경유·등유의 상승세 속에 10월 셋째주 3.6달러까지 올랐다.

업계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연료가격 안정화를 위한 전략비축유 방출 뿐만 아니라 석유제품 수출 통제에도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제품 공급 국가인 미국이 석유제품 수출을 통제하면 전 세계적 공급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BP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의 일일정제처리량은 하루 1514만8000배럴로 전 세계의 19.1%에 해당한다.

미국이 석유제품 수출을 통제하면 수출 여력이 큰 한국 정유업체들이 수혜를 입게 될 전망이다. 한국의 일일 정제능력은 하루 264만배럴로 6위다. 국내 정유4사는 올해 상반기 생산량의 38.6%인 2억2090만배럴을 수출했다. 전체 매출액 중 수출액의 비중은 2017년 이후 줄곧 53%를 넘기고 있다는 게 대한석유협회 설명이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 280억달러 규모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는데, 호주가 19.1%를 수입하며 한국의 석유제품 수출대상국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5위였는데 호주 내 정제설비 2곳이 폐쇄되며 수입량을 늘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처리량이 하루 200만배럴을 넘는 전 세계 8개 국가 중 한국만 전체 생산량에서 국내 소비량을 제외하고도 여유량이 많은 편”이라며 “미국이 수출을 막게 되면 결국 한국 정유사들의 공급 강점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