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올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회사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수익성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내년 투자 규모도 올해의 절반 이하로 줄일 방침이다.
26일 SK하이닉스는 경영실적 발표회를 열고, 올 3분기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원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에서 발표한 추정치의 평균)는 매출액 11조8594억원, 영업이익 2조1569억원 정도였지만 실제 성적표는 이 같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11조8053억원 대비 7% 감소했다.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 2분기(4~6월) 13조8110억원보다는 20.5% 더 낮은 수준이다.
◆원가 절감보다 가격 하락폭이 커 실적 감소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실적 감소가 나타난 배경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D램과 낸드 제품 수요가 부진해지면서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최신 공정인 10나노급 4세대 D램(1a)과 176단 4D 낸드의 판매 비중과 수율을 높여 원가경쟁력이 개선됐는데도 원가 절감 폭보다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SK하이닉스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 투자 축소와 감산(減産)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내년 투자규모 50% 이상 줄인다
내년 투자 규모는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8~2009년 업계 캐팩스(설비투자) 감소율에 버금가는 상당 수준의 투자 축소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실적발표 직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생산을 축소하거나 캐파(생산능력)을 축소하는 것은 메모리 사업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괴로운 일”이라며 “메모리 다운턴(하강 전환)은 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더해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고 말했다.
노 사장은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와 관련해 “정치적 이슈들이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며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같은 경우 조심스럽지만, 현 상황으로 보면 중국 우시에 있는 D램 팹(생산시설)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UV 장비는 반도체 회로를 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게 해주는 초미세 공정의 핵심 장비로, 메모리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어 필요하다. 그는 “라이선스 유예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메모리 산업의 특성상 장비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팹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연구개발 등 필수 투자 지속, 원가절감 주력
SK하이닉스는 향후 수요 주도 제품과 연구개발(R&D) 등의 필수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 수요는 단기적으로 감소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성장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메타버스(확장 가상 세계) 등 새로운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 데이터센터 업체(Hyperscaler)들이 이 분야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사장은 “지난 역사 동안 항상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던 저력을 바탕으로 이번 다운턴(하강 전환)을 이겨내면서 진정한 메모리 반도체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시장이 본격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며 “첨단 공정인 1a(4세대) 공정을 기반으로 3DS 등 고용량 풀라인업을 통해 시장에서 차별화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SK하이닉스가 “238단 고객 샘플은 내년 초부터 제공할 것”이라며 “내년 중반부터 양산을 시작해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