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년차에 접어든 김수연 작가(36)는 최근 자신의 작업 방향에 고민이 생겼다. 김 작가는 줄에 매달아 놓은 붓이 바람에 흔들리며 남긴 흔적을 바탕으로 작업해왔는데, “단순히 월별로 그 흔적을 채집하는 데에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의 고민은 이달 12일부터 서울 양천구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 진행하는 단체전 ‘Dialogue’의 부속 프로그램인 ‘일대일 프라이빗 멘토링’에서 일견 해소됐다.
이는 전시 기획을 맡은 이대형 예술감독이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방향을 찾기 어려워하는 작가들에게 뼈아픈 조언이 필요한 때”라며 시니어 큐레이터 2명과 함께 기획한 것이다. 김 작가는 “약 한 시간의 대화를 통해 ‘국내외 문학 속 바람이라는 소재의 의미를 작품에 반영해보라’는 조언을 받았고, 새 작업의 물꼬를 텄다”고 말했다.
다이얼로그 멘토링 사진_임근준 평론가(우)와 김수연 작가(좌)
큐레이터나 비평가와의 일대일 매칭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 활로를 찾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 이제껏 일대일 매칭 프로그램은 레지던시를 운영하는 재단이나 미술관에서 종종 진행되어 왔다.
2008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모 선정 작가를 상대로 멘토링과 전시를 진행한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프로그램 대상이 확대되면서 작업관이 확립되지 않은 젊은 작가들이나 비평과 멀어진 지역 작가들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는 평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 사업인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 지원’이 한 사례다. 지역 공립미술관이 지역 작가들을 추천하면 분야별 전문가가 붙어 맞춤형 멘토링을 진행한 후 자료집을 발간하는 식이다. 지난해에는 5개 기관 14명을, 올해는 7개 기관 12명을 진행했다.
지난해 강원 양구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양화가 김형곤(52)의 경우, 매칭 상대인 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이 작가 작업실에 방문해 심층 토론을 진행했다. 김 실장은 “미술 신은 대중과 언어로 소통이 잦지 않고 창구가 많지 않아 작가가 고립되기 쉽다.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작가들이 타 지역과 중앙에서 활동하는 비평가들을 만나며 작업관을 확장해 나가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