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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무제한 보장 아냐…타인 피해 집회시위 제지해야”

입력 | 2022-10-26 17:39:00


경찰이 주최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토론회에서 “용산 대통령실 주변을 집회 금지장소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대로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경찰청은 26일 오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집시법 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소음으로 인한 국민 평온권 보호 방안’, ‘현 금지장소 조항의 적절성 및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앞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후 집시법상 집회 금지장소인 ‘대통령 관저’ 규정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경찰이 법률 해석 문제를 다툰 바 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주변 보수단체 등의 욕설 집회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여당은 대통령집무실을 100m 인근 집회 금지 구역으로 명확히 하자는 개정안을, 야당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수준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자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참석자들 가운데서는 대통령실 인근 역시 집회 금지 장소로 명확히 정하되,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안전과 원활한 직무 수행에 장애가 없는 한도 내에서 허용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토론에 나선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변호사는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한 공익적 판단과 의사결정 등 정상적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대통령집무실 주변도 집회 금지장소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집시법에서 국회의사당, 법원, 헌법재판소 주변을 집회금지 장소로 설정한 것과 균형을 맞춘다는 점에서도 대통령실 주변을 금지 장소로 설정함에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라는 것이지 ‘무한정’ 보장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집회의 자유는 단순한 의사 표현에 그치지 않고 집단행동을 통한 의사 관철의 측면이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만 검토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반대 주장도 제기됐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인 김선휴 변호사는 “대통령집무실에는 상시 경호인력이 존재하고, 물건투척·월담 등을 충분히 대비 가능한 이격거리가 존재해 해당 기관의 기능 훼손이나 신체 안전의 위협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폭력집회나 일탈행위에 대한 다양한 규제수단이 집시법과 형사법에 마련돼 있는 만큼, 집회금지장소 규정의 부분적 완화나 폐지에 준하는 방향의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다른 어느 장소보다도 오히려 최고 권력기관 앞이기 때문에 집회장소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고, 그 곳에서 의사를 표현할 권리야말로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 부분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박원규 군산대 법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를 고려하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국가의 주요 정책과 이해관계를 가진 자들에 의해 옥외집회·시위가 개최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대통령의 업무수행에 장애가 초래되거나 신체적 안전이 위협될 개연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위험이 예상된다고 해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건 비례의 원칙 등에 반할 우려가 있으므로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 외에는 집회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집회로 국민의 평온권 등이 침해될 때는 집시법령 등에 의해 적절히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집회 관련 경찰의 통고처분에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등 이행 강제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주거지나 학교, 종합병원 등 다른 집회장소보다 사생활의 평온권이나 건강권, 학습권 등을 두텁게 보호해야 하는 곳에서는 소음도 기준을 더 강화하는 내용을 집시법 시행령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이와 함께 동일 장소에서 개최되는 복수 집회로 인해 허용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 모든 집회의 주최자에게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이희훈 선문대 법·행정학과 교수는 “실효적인 집회 소음 관리를 위해 경찰의 확성기 사용금지 등을 제한하는 통고처분에 따르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고, 집시법 시행령상 소음 기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또 동일 장소에서 개최되는 복수 집회로 인해 허용 기준을 초과한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 모든 집회의 주최자에게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문규 중부대 법학과 교수 역시 “집회의 자유 범위를 벗어나는 집회 소음에 대한 제한은 불가피한 만큼 제도적으로 확성기 종류 등을 신고대상에 포함시키고, 인근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경찰의 제한 통고를 어기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청은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집시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