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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기술은 게임체인저… 반도체 다음 준비할 때”[더 퓨처스]

입력 | 2022-10-27 03:00:00

양자 스타트업 SDT 윤지원 대표



18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SDT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사 윤지원 대표는 “양자기술이 대중화하면 환경과 안전이 개선되는 미래가 온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00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에 입학한 한국인 학생이 양자(量子·물질이 갖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를 본격 연구해 보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말렸다. “넌 미래가 창창한데 왜 일찍부터 ‘개고생’을 하려고 하느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고 페이스북이 인기를 끌어 정통 물리학 연구를 진로로 택하는 학생이 별로 없던 때였다.

지금 양자기술은 대표적인 미래기술로 꼽힌다. 10여 년 전 양자의 신비에 매료됐던 학생은 MIT연구소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에서 일하다가 2017년 디지털 전환 및 양자표준기술 스타트업 SDT를 창업했다. 양자 계측·제어장비, 양자난수를 기반으로 해킹을 막는 국산 IP 카메라(유·무선 인터넷에 연결하는 카메라) 등을 개발하며 국내 양자 산업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윤지원 SDT 대표(32)를 18일 만났다.

―양자기술이 왜 미래기술인가.

“피할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양자라는 개념을 다들 어려워하지만 쉽게 말하면 ‘작은 것’이다. 점점 더 정밀하게 만들면 양자의 영역이다. 양자컴퓨팅, 양자보안통신, 양자 센싱 등의 기술을 통해 5∼10년 이내에 군사, 통신, 자원탐사 영역에서 대변혁이 예상된다.”

―구글과 IBM 등이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는 안 됐다. 양자기술은 달 여행보다 어렵다고 하던데.

“양자컴퓨팅은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대(對)중국 수출규제를 검토할 만큼 기술패권 시대의 게임 체인저다. 양자컴퓨터의 최소 단위인 큐비트는 중첩 상태로 존재해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200초 만에 해결한다. 이런 획기적인 속도는 기존 보안체계를 무너뜨려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사실 세계 최강 미국에서도 한국인 연구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국가가 어떻게 ‘모셔’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내 산업은 선도국들에 비해 5년 정도 기술격차가 있지만 한국 제조업의 저력과 맨파워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젠 반도체 그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미키마우스 장식을 단 크록스 샌들 차림의 그가 안내한 사무실 벽면에는 ‘그 품질에 잠이 오냐? 고품질로 숙면하자!’라는 문구와 잠든 아기 얼굴 사진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정체 모를 발랄함이 재밌다.

“아버지가 최근 회사 고문으로 와서 젊은 직원들과 함께 기획한 품질 슬로건이다(윤 대표의 아버지는 삼성전자 애니콜 품질관리를 맡았던 윤두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삼성전자의 철학이 몸에 밴 아버지는 집안에서도 품질관리를 강조해 먼지 하나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굉장히 힘들어했다.(웃음)”

장기 연구가 필요한 양자기술은 민간이 무턱대고 매달리기 힘들어 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국에는 270개의 양자 스타트업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SDT가 거의 유일하다. SDT는 올해 5월 KIST로부터 양자암호통신장치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를 협력 중이다. 양자암호를 사용하면 정부 시설물에 많은 중국산 IP카메라의 보안 취약을 해결할 수 있다. 2026년까지 양자컴퓨터를 내놓겠다는 정부 계획에 따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손잡고 양자컴퓨팅 클라우드도 개발하고 있다.

―양자기술을 통해 꿈꾸는 미래는….

“고향인 대구나 경남의 공장에 가보면 인구소멸, 지방소멸이 걱정된다. 한국은 여전히 제조업에 강점이 있으니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양자기술장비를 만들어 한국의 미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