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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尹 측근 국정원 ‘王실장’의 돌연 퇴장, 무슨 일인가

입력 | 2022-10-27 00:00:00

지난달 정보위 출석한 조상준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왼쪽)이 26일 국정원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조 실장이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오른쪽)과 함께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조 전 실장은 전날 밤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국정원 측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실로부터 어제 저녁 통보받았지만 구체적 이유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조 전 실장이 김규현 국정원장에게 사의 표명을 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조 전 실장은 6월 초 국정원 조직과 예산을 총괄하는 기조실장에 임명돼 국정원 내부 개혁과 인적 청산을 사실상 주도해 왔다.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조 전 실장의 갑작스러운 퇴장, 그것도 임명된 지 5개월도 안 돼 국정감사가 열리기 직전에 물러난 것은 여러모로 석연치 않다. 조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대검 형사부장을 맡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좌(左)동훈 우(右)상준’으로 불렸고, 검찰을 떠나선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그는 국정원 내부에선 ‘왕(王)실장’으로 통했다고 한다.

그런 인물의 돌연 사직을 두고 벌써부터 여러 얘기가 나온다. 특히 그가 국정원 내부 인사 문제를 놓고 김 원장과 번번이 부딪치면서 급기야 이런 사달이 났다는 관측이 많다. 고위직 물갈이 인사에선 김 원장의 인사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일도 벌어졌고, 지휘부 간 갈등과 내부 반발이 이어지면서 후속 간부 인사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실세라고 하지만 국정원 간부가 국정원장도 모르게 사의 표명을 한 것도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정원과 그 전신 정보기관은 숱한 부침 속에서도 역대 정권이 우선적으로 장악해야 할 조직이었다. 그래서 국정원장엔 흔히 무게감 있는 정권 실세를, 기조실장엔 대통령의 측근을 앉히곤 했다. 정권 교체기면 비밀스러워야 할 기관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 일쑤였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윤 대통령이 직업 외교관 출신 김 원장을 정보기관 수장에 발탁한 것은 국정원을 정치에 흔들리지 않는 본연의 안보 중추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평가받았다. 그 초심을 지키려면 정보기관에 측근을 심어놓는 구시대 관행부터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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