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적은 젊은 작가-지역 화가 등 분야별 전문가와 ‘멘토링 프로그램’
“바람이 그린 ‘그림’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전업 화가 10년 차인 김수연 작가(36)는 최근 자신이 지속한 ‘바람 채집’이 벽에 가로막힌 기분이 들었다. 그는 “자연이 만든 의도하지 않은 미의 세계”를 찾기 위해 야외에서 붓을 줄에 매달아 바람에 흔들리는 대로 그림이 그려지게 했다. 나름대로 성과를 냈지만, 뭔가 본질적인 해답은 저 멀리 안개에 가려진 듯 답답했다고 한다. 최근 김 작가는 12일부터 열린 전시 ‘Dialogue(대화)’에서 진행한 ‘일대일 프라이빗 멘토링’에서 빛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전시 기획자인 이대형 예술감독, 임근준 미술평론가와의 대화에서 “국내외 여러 문학에는 바람이 가진 상징이나 의미가 자주 등장한다. 이를 공부하며 자신의 답을 찾아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미술의 길은 어렵고 지난하다. 특히 청년 작가들은 혼란에 빠져 길을 잃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잦다. 미술계에선 고민에 빠진 MZ세대 작가들이나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지역 작가들이 선배 화가나 현직 큐레이터 등과 상담하는 ‘일대일 매칭 프로그램’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이 예술감독도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갈피를 잡기 힘든 작가들에겐 약간의 조언도 방향 설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모로 선정한 작가들을 상대로 멘토링과 전시를 진행하는 ‘신진미술인 전시 지원 프로그램’도 비슷한 경우다. 미술관은 “최근 대상을 확대해 공모 선정 작가가 아니더라도 작업관이 확립되지 않은 젊은 작가에게 도움을 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 양구에서 주로 활동하는 김형곤 작가(52)도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프로그램을 통해 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과 만난 뒤 “이런 기회가 더 늘어나야 한다”며 반색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지역 미술계는 작가가 대중과 소통할 기회나 창구가 많지 않아 고립되기 쉽다”며 “비평가를 비롯한 미술계 인사들과 만나 작업관을 확장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