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클럽 토론회서 대미 강경 발언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왼쪽)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중국은 대립적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26일 “한중 관계가 새로운 고비를 맞고 있다”며 “가장 큰 외부적 도전은 미국”이라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면서 중국의 새로운 한중 관계 방향 설정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중국 고위 외교 당국자가 작심하고 대미(對美)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 권력을 독점한 시 주석이 미중 패권 경쟁에서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여 우리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싱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한국이 국가와 국민 이익에 입각해 외부 방해를 배제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미국은 자신들이 영원히 세계의 우두머리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면서 “자신들이 하는 일은 모두 정의롭고 보편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여긴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이라 해도 자신의 이익을 건드리면 가차 없이 압박한다”고 비판했다.
싱 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주요 질의마다 미국을 의도적으로 거론하며 날 선 발언들을 쏟아냈다. 미중 간 첨예하게 갈등 중인 공급망 이슈와 관련해선 “공급망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고 중국의 경제 발전에 따라 만들어졌다”며 “이것을 깨버리면 자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더니 “한국 기업들도 미국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한다”면서 “미국이 한국을 생각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미국이) 자동차(전기차) 보조금을 줍니까. 중국은 (한국 기업에)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많은 한국 지인들이 한국은 중-미 사이에서 선택을 하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중국은 다른 국가에 어느 한 편에 설 것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한미 간 갈등이 될 만한 이슈를 부각시켜 우회적으로 미국 비판에 동참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싱 대사는 중국이 북핵과 관련해 유엔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소극적이란 지적에 대해선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받아쳤다. 이어 “우리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이야기하는데 미국이 우리 말을 듣겠나”라며 다시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싱 대사는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말할 권한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한중 관계가 악화된 것과 관련해선 “한국 일부 언론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양국 국민감정에 불화를 초래한 중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