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순국 나흘뒤 中 신문 공개 “조선 예법 따라 고별식 치르도록 해” 매장지 단서 담긴 현지 기사 첫 발견 安의사 모친 독립운동 기사도 발굴
남궁선 국가보훈처 보훈예우국장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안중근 의사 순국 당시 보도된 중국 현지 신문 기사를 공개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안중근 의사(1879∼1910·사진)의 유해가 하얼빈산 소나무로 제작된 관에 안치돼 중국 뤼순감옥 공동묘지에 묻혔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단서가 공개됐다. 안 의사의 하얼빈 의거 113주년인 26일 국가보훈처가 이날 안 의사의 유해 행방과 장례 절차에 관해 보도한 당시 중국 신문 기사를 공개한 것.
보훈처는 주상하이총영사관과 함께 독립유공자 발굴, 포상에 필요한 입증자료 수집을 위해 일제강점기 중국에서 발행된 신문과 간행물 88종의 독립운동 관련 기사 3만3000여 장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자료를 찾았다.
안 의사 순국 나흘 뒤인 1910년 3월 30일자 만주지역 신문인 성경시보(盛京時報)에는 안 의사의 둘째 동생인 안정근 지사가 안 의사의 유해를 한국으로 옮겨 매장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일본 당국은 당시 이를 거부하면서 “유해는 다른 사형수와 동일하게 감옥이 관리하는 사형수 공동묘지에 매장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간 안 의사 유해 매장 추정지로 중국 다롄의 뤼순감옥 공동묘지, 원보산 지역과 그 지역 인근 중국 단독 발굴 지역 등 3곳이 꼽혀 왔지만 이 기사에 따르면 뤼순감옥 공동묘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보훈처는 “안중근 의사 유해의 행방에 관한 정보를 보도한 만주 현지 기사를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안 의사 연구 권위자인 오영섭 박사도 “안 의사의 관을 하얼빈산 소나무로 제작했다는 내용은 처음 밝혀진 귀중한 사실”이라고 했다. 보훈처는 안 의사의 유해 발굴을 위해 중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한편 정확한 매장지를 파악하기 위해 주요 문서보관소에 관한 조사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안 의사의 모친 조마리아 여사(1862∼1927)의 독립운동 활동과 사회장을 다룬 기사도 발굴됐다. 중국 상하이에서 발행된 민국일보(民國日報) 1927년 7월 19일자 기사는 안 의사의 유해를 돌려받지 못해 분노한 조마리아 여사가 두 아들인 정근, 공근을 이끌고 러시아로 옮겨 애국 사업에 매진했다고 소개했다. 조마리아 여사는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상하이에서 다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이 기사에는 조마리아 여사가 병환으로 사망했을 당시 “상해의 많은 한국 동포가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특별히 사회장이 거행됐다”고 적혀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