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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영]인구배당효과의 소멸

입력 | 2022-10-27 03:00:00


사람들은 약자가 강자를 꺾은 전쟁을 오래 기억하지만 대부분의 전쟁에서 “신은 큰 군대의 편”(볼테르)이었다. 1차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 병력은 4600만 명, 동맹국은 이의 절반이었다. 미국과 소련이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실패한 데는 아프간의 중위 연령이 20세 미만인 반면 두 강대국의 경우 30세를 훌쩍 넘는 인구구조의 차이도 한몫을 했다.

▷경제도 인구의 힘이 작용한다.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건 산업혁명에 앞선 데다 영아 생존율과 기대수명 급증으로 제국을 경영할 인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미국은 1930년대만 해도 저출산 국가였으나 전후 귀향한 군인들이 부지런히 2세를 낳으면서 합계출산율이 3.5명으로 뛰었다. 1950년대엔 이민 유입이 본격화하기 전임에도 인구가 2배로 늘어 세계 1위 경제대국의 토대를 마련했다. 일본의 장기침체는 출산율 감소 시기와 맞물린다.

▷인구의 구조도 중요하다.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야 경제성장률이 오른다. 일명 ‘인구배당효과’ 혹은 ‘인구 보너스 효과’다. 중국 성장률의 5∼27%는 인구배당효과라는 추산이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1960∼2019년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성장률을 분석했는데 인구가 1% 늘면 연평균 성장률이 0.18%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높아지면 성장률은 하락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폭발적 경제성장에도 인구배당효과가 ‘순풍’으로 작용했다. 어제 동아일보 포럼에서는 생산인구 비중이 1975년 46%에서 2000년 64%로 증가하면서 교육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제가 급성장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인구배당효과는 소멸 중이다. 2050년이면 생산인구 비중이 1975년도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OECD는 한국이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역풍’을 맞아 2047년부터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배당효과를 높이려면 출산을 장려하는 동시에 고령층을 더 오래 효율적으로 일하게 해야 한다. OECD 국가들의 경우 자동화와 로봇 도입으로 고령층의 생산성이 오르면서 고령화가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2000년대 이후로는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로 국내총생산(GDP)을 10%까지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해외 이주민 유입은 경제적 효과와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숫자는 승리의 가장 일반적 원칙”이라는 군사학자 클라우제비츠의 명언은 국가의 생존에도 적용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