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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어둠 속 낯선 세계를 경험하라…‘이머시브 공연’ 다크필드 3부작 

입력 | 2022-10-27 09:09:00


영국 이머시브 씨어터 그룹 다크필드의 3부작 중 ‘플라이트’의 한 장면. 암전 속 관객들은 헤드폰을 통해 360도 입체음향과 약간의 움직임 등으로 완벽하게 낯선 미지의 세계로 빠져드는 경험을 한다. ⓒ김윤희


‘약간의 빛도 허용되지 않는 완전한 어둠’

22일 개막한 영국 이머시브 씨어터 그룹 다크필드의 3부작 ‘코마’ ‘고스트쉽’ ‘플라이트’의 출발선은 ‘어둠’이다. 관객은 직원 안내에 따라 사방의 빛이 차단된 컨테이너로 입장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헤드폰을 착용하면 공연은 시작된다. 아무 형상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암실에서 관객은 낯설고도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다크필드 3부작은 최근 개관한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의 블랙박스 극장 U+스테이지에서 열리고 있는 공연이다. 공연장에 입장한 관객은 무대와 좌석을 모두 걷어낸 자리 놓인 컨테이너 3개를 볼 수 있다. 무대와 좌석 해체가 가능한 블랙박스 공연장이어서 가능한 공간 연출이다. 

영국 이머시브 씨어터 그룹 다크필드의 3부작 중 ‘고스트쉽’의 공연 장면. 이곳에서 관객들은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음향과 테이블 진동 만으로 죽은 영혼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김윤희


독특한 형식의 이 공연은 관객들이 무대 위 배우의 연기를 수동적으로 감상하지 않는다. 마치 놀이기구에 탑승한 것처럼 관객의 직접 체험을 통해 완성되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최대 30명의 관객이 동시 참여할 수 있는 이 공연의 러닝타임은 각각 30분 정도. 3부작은 이어지지 않는 별개의 공연이며 관객은 원하는 공연만 선택해 볼 수 있다.

인간의 감각 기관 가운데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시각이 원천 차단되면 관객은 헤드폰을 통해 360도 입체음향에 집중하게 된다. 약간의 빛도 허용되지 않는 완전한 암흑 속에서 관객은 소리와 향기, 진동만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3부작 중 첫 공연인 ‘코마’는 철체 침대로 가득 찬 흰 병실, ‘고스트쉽’은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의자로 채워진 회의실, ‘플라이트’는 비행기 내부 공간에서 진행된다. 헤드폰으로 들려오는 음향과 여러 특수효과는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고 낯선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코마’에선 코마 상태에 빠지는 듯한 경험을, ‘고스트쉽’에선 영혼이 말을 걸어오는 체험을, ‘플라이트’에선 비행기를 타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과정을 겪는다. 

영국 이머시브 씨어터 그룹 다크필드의 3부작 중 ‘코마’의 공연 장면. 철제 침대에 누운 관객들은 머리 맡에 놓인 알약을 먹고 헤드폰을 낀 채 마치 코마 상태에 빠져드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된다. ⓒ김윤희


다크필드 3부작은 관객이 몰입해 참여하는 것이 특징인 ‘이머시브 공연’이다. 영국에서 온 다크필드는 극작가 겸 소설가 글렌 니스와 음향디자이너 데이비드 로젠버그가 2016년 결성했다. 이듬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고스트쉽’을 처음 선보인 그들은 2018년 ‘플라이트’, 2019년 ‘코마’를 발표해 명성을 얻었다. 그간 영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미국, 캐나다, 멕시코, 대만 등의 전 세계 관객 30만 명이 다크필드의 공연을 관람했으며 국내에서는 이번 LG아트센터 서울 공연에 앞서 우란문화재단에서 2020년 ‘더블’, 지난해 ‘플라이트’를 선보였다. 다음달 19일까지, 전석 3만3000 원.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