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7일 공식 취임한 뒤 공식 취임식이나 취임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고 이건희 회장이 병환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사실상 삼성을 대표해 온 만큼 지금까지의 경영 방침을 이어가며 취임과 동시에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봐도 대부분 별도의 행사 없이 임직원에게 e메일을 통해 취임 메시지를 내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이 회장은 취임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며 “25일 사장단 간담회를 통해 앞으로의 삼성에 대한 당부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공석을 대신해 2014년부터 사실상 삼성을 대표해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별도 취임 메시지나 행사를 하는 게 불필요하다는 삼성 안팎의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사외이사인 이사회 의장이 이 회장의 승진을 발의하고 의결한 것도 사실상 삼성을 대표해 활동해 온 이 회장의 상황을 공식 직함에 반영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8월 복권 뒤 계열사 임직원을 직접 만나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직원과의 소통을 이어 왔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계열사 경영 행보를 두고 회장 취임을 앞두고 직원들과의 현장 소통을 늘리려는 노력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 등 삼성을 둘러싼 여러 난관 속에서 형식적인 취임 행사보다는 곧바로 경영 활동에 나서는 게 삼성에 도움이 된다는 이 회장의 생각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인플레이션 등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 형식에 매달리는 것을 싫어하는 이 회장 개인의 성품 등도 조용한 취임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