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의무화법안’ 논란 팩트체크 ① 무임승차? 빅테크 “해저케이블 투자” 통신사 “망 사용료와 별개” ② 망사용료에 국내중소CP ‘새우등’? 통신사 “일정규모 이상 CP만 대상”… CP들 “추가비용 어떤식이든 발생” ③ 한국만 ‘의무화 법안’ 추진? 입법 절차 진행국가 한국뿐이지만 美-EU, 공동기금 조성방안 논의
인터넷망 사용료(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인터넷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가 한국에서 고화질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뒤 대중의 불만이 커지면서 국회의 입법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은 ‘빅테크가 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논란이 큰 현안들을 팩트체크 했다.
○ 빅테크는 무임승차 중인가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ISP)들은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가 국내 통신사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CP들은 캐시서버, 캐시서버와 CP의 서버를 잇는 해저케이블 등에 대한 투자로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이익집단 ‘인터넷과 경쟁 네트워크 협회(INCOMPAS)’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CP들이 네트워크 장비를 갖추는 데 2018∼2021년 연간 1200억 달러를 투자했고, 이로 인해 글로벌 ISP들이 절약한 비용은 연간 50억∼64억 달러로 집계됐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캐시서버 등이 유튜브 등 콘텐츠 전송을 원활히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ISP들은 이는 국내 이용 대가와 별개라는 입장이다. 캐시서버나 해저케이블 등은 구글 등 특정 회사가 한국 시장 진출 과정에서 데이터 전송을 원활히 하기 위한 자체 인프라 투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 CP는 물론이고 페이스북,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CP도 접속료 등의 형태로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거나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망 사용료 때문에 국내 중소 CP는 ‘폭망’하나
9월 30일부터 트위치는 한국에서만 초고화질(1080p)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트위치의 화질 제한 정책이 망 사용료에 대한 불만 표현의 일환으로 해석되면서 서비스 이용자들이 국회 입법에 불만을 표시하는 계기가 됐다. ISP들은 망 사용료 의무화가 추진되더라도 국내 중소 CP나 크리에이터가 피해를 받는 일은 없다고 주장한다. 법안마다 차이가 있지만 트래픽 1% 이상 등 일정 규모 이상의 CP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반면 CP들은 망 사용료가 생기면 어떤 식으로든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므로 자신들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빅테크들의 한국 내 매출, 영업이익 등의 구조가 불투명하고, 통신사들도 부과할 망 사용료 규모를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제 망 사용료가 각 서비스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 한국에서만 논의 중인가
글로벌 CP들이 망 사용료 입법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만 있는 규제·비용이라는 점이다. 반대로 ISP들은 북미, 유럽에서도 CP에 부담을 지우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주장한다.실제로 늘어나는 트래픽에 따른 인프라 투자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에 대한 논의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최근 “글로벌 6개 인터넷 회사가 전체 인터넷 트래픽 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디지털 인프라 투자에 대한 올바른 인센티브가 제공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구글, 넷플릭스 등이 투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현재 망 사용료를 의무화하는 방식의 구체적인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는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영국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하는 방송통신규제기구 오프콤은 망 사용료에 해당하는 ‘발신자과금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다. 반면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브랜던 카 위원은 “빅테크가 네트워크 구축에 공정하게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