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회장 “어깨 많이 무거워졌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한 뒤 법원을 나오며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 많은 국민의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취임 소회를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삼성전자 이사회가 어제 이재용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부회장 자리에 오른 후 10년 만이고, 이건희 전 회장이 타계한 지 2년 만이다. 이제 삼성그룹의 명실상부한 리더가 된 이 회장이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어떤 전략과 리더십으로 삼성을 이끌지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이사회는 악화하는 대외환경 속에서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회장 선임의 이유로 들었다.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세계 1위에 올라 줄곧 ‘수출 한국’의 대표 주자 역할을 해온 삼성전자는 지금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변과 위기의 복판에 서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도체 대미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으로 중국과 거리를 두라고 삼성을 압박한다. 한국산 반도체 40% 이상을 사가는 중국은 미국과 삼성의 밀착을 견제하면서 자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삼성의 기술력을 따라잡도록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2030년 글로벌 1위’ 목표를 세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은 아직 대만 TSMC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설상가상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시작돼 반도체 값이 급락하면서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다.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여 2017년 미국 하만 인수 후 5년간 미래 신수종 사업 개척에 필요한 대형 인수합병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취임식도 하지 않고 경영 현안을 챙기는 것은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안팎의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