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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우경임]日 ‘더 오래 내는’ 연금개혁

입력 | 2022-10-28 03:00:00


인구위기로만 보면 일본은 한국의 미래나 다름없다. 대략 20년의 시차가 난다. 2005년 일본은 초고령사회(인구 5명당 1명이 65세 이상 노인)에 진입했다. 2010년부터 거주 외국인을 포함한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총인구는 예상보다 7년 앞선 지난해부터 감소했다.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과 최고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일본보다 극심한 인구위기를 겪게 될 것이 자명하다.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는 인구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의 최대 숙제다. 최근 일본 정부는 국민연금의 납부 기간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5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40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40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스스로를 부양하지 않고서는 아래 세대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숫자다.

▷현행 일본의 연금제도는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과감한 개혁 내용이 반영된 것이다. 매년 내는 돈을 인상해 현재 국민연금과 후생연금을 합친 보험료는 한국의 2배인 18.3%다. 받는 돈은 점진적으로 깎고 있다. 인구와 경제지표에 연동해 연금지급액을 자동 삭감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도 도입했다. 당시 개혁으로 100년간 연금 재정이 안정될 것으로 봤다. 그런데 노인 인구가 30%에 육박하면서 연금기금 고갈 시기가 예상을 앞질러 버렸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연금개혁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의 연금제도는 연금개혁이 논의될 때마다 참고할 만한 모델로 자주 거론된다. 일본의 공적연금은 3층 구조다. 모든 국민이 가입하고 보험료를 똑같이 납부하는 국민연금이 있다. 한국의 기초연금과 유사한데 개인과 정부가 절반씩 부담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번 개혁은 이 보험료의 납부기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위에는 후생연금을 쌓는다. 우리로 치면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을 통합한 형태다. 마지막으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얹는다. 이처럼 촘촘하게 노후안전판을 마련한 뒤 연금 개시 연령과 정년을 맞췄다.

▷일본은 법적으로 65세 정년을 보장하고 있고, 2020년부터 70세 정년을 권고하고 있다. 연금개혁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대신 은퇴 시기를 단계적으로 늦춰왔다. 더 늦게 타더라도 더 오래 벌도록 해서 개혁의 고통을 분산시킨 것이다. 한국에선 경직된 노동시장 탓에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지난해 보인다. 하지만 일본과 인구구조가 꼭 닮은 한국으로선 참고할 수밖에 없는 길이다. 정년 연장과 병행한 일본 연금개혁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