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세환 씨가 서울 양재천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산악자전거(MTB)를 구입해 들어와 타기 시작한 그는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하며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기자
“제 집이 서울 양재동인데 지난주 토요일에는 경기 구리, 일요일에는 고양 행주산성까지 갔다 왔어요. 왕복 70∼80km 정도 됩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중간에 쉬고 점심도 먹고…. 이 나이에 이렇게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요?”
김 씨의 자전거 사랑은 1980년대 중반에 시작됐다. 1968년부터 스키를 탔던 그가 미국에 스키를 타러 갔다 MTB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어느 날 바람이 많이 불어 스키를 탈 수 없었다. 근처에 자전거 파는 곳이 있어 들렀더니 앞기어 3단, 뒷기어 7단으로 된 자전거가 있었다. 직원에게 무슨 자전거냐고 물었더니 ‘산에서 타는 자전거’라고 했다. 산을 내려오는 게 스키와 비슷한 묘미가 있을 것 같아 바로 구매했다”고 했다.
“자전거를 그대로 비행기에 실을 수 없었죠. 그래서 나사를 하나씩 다 풀어 분리해 트렁크에 나눠 실었어요. 혹시 나중에 조립을 못 할까 싶어 일일이 그림을 그려 위치를 파악해 뒀죠. 붓대 속에 목화씨를 숨겨온 문익점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김 씨는 집 근처 우면산, 그리고 남한산성을 수시로 올랐다. 지금은 MTB 동호인들의 성지인 강원 춘천 강촌챌린지코스도 개척하는 등 국내 MTB 코스를 다수 개발했다. 그는 “지리산 벽소령도 올랐다. 지금은 국립공원 내 자전거 출입이 금지됐지만 2000년대 초반엔 가능했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니 사람들이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며 난리가 났었다”고 말했다.
나이는 80세를 향해 가지만 그의 몸은 아직 ‘청춘’이다. 김 씨는 “최근 젊은 친구들과 강촌 산길 44km를 달리고 왔다. 과거와 달리 이젠 숨을 헐떡이며 ‘야, 이 나이에 내가 이렇게까지 달려야겠냐’라고 하소연했지만 아직 그 정도는 문제없다”며 웃었다.
가수 조영남과 이문세, 김현철, 개그맨 박명수 씨에게도 자전거를 권해 ‘자전거 전도사’로 불리는 그는 2007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란 책을 썼다. “그 책에서 딱 두 가지를 강조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제일 잘 타는 사람은 부상 없이 오래 타는 사람이고, 자전거에서 가장 좋은 부품은 안장 위에 앉아있는 인간이라고. 빨리 달리는 것, 비싼 자전거, 의미 없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타는 게 최고죠.”
자전거 얘기를 할 땐 노래 부를 때보다도 더 즐거운 표정이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