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판사’와 이름 같은 저지, 양키스 안방구장엔 전용 응원석 올시즌 앞두고 7년-3030억 거절… 시즌 최다홈런에 몸값 천정부지 FA 자격얻어 3억 달러 돌파 예상… 샌프란시스코-다저스 등 물밑작업
올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에서 단일 시즌 최다 홈런(62개) 기록을 새로 쓴 뉴욕 양키스의 에런 저지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으면서 그의 행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25일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 당시 저지의 모습. 뉴욕=AP 뉴시스
내년에도 양키스타디움에 ‘판사석(The Judge‘s Chambers)’이 남아 있을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대표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는 2017년 안방구장 외야 오른쪽에 에런 저지(30) 팬 전용 응원석을 마련했다. 외야 오른쪽에 자리를 만든 건 저지가 주로 우익수를 보기 때문이고 이름이 저렇게 붙은 건 판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 ‘Judge’와 저지의 성(姓)이 똑같기 때문이었다.
이 자리의 존폐 여부를 두고 이야기가 나오는 건 저지가 내년 시즌에도 양키스를 상징하는 핀스트라이프(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저지는 올 시즌을 앞두고 양키스가 제시한 7년 2억1350만 달러(약 3030억 원) 규모의 다년 계약을 거절했다. 시즌 중 추가 협상도 거부한 저지는 올 시즌 162경기 중 157경기를 뛰며 아메리칸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62홈런)까지 세웠다. 전문가들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저지의 몸값이 최소 3억 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저지가 양키스를 떠난다면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되는 건 고향 팀 샌프란시스코다. 저지는 어린 시절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캘리포니아주 린든에 살면서 샌프란시스코와 이 팀 간판 홈런 타자 배리 본즈(58)의 열혈 팬을 자처했다.
‘실탄’도 충분하다. 현재 시점 기준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내년 선수 연봉 예상 총액은 1억4100만 달러로 양키스(2억5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최근 뉴욕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저지는 샌프란시스코 영입 최우선 순위다. 필요하면 얼마든 쓸 준비가 돼 있다. (저지를) 놓치면 돈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양대 리그 최다승(111승)을 기록하고도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한 다저스 역시 저지 영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MLB.com은 “다저스가 저지 영입에 대비해 주전 우익수 무키 베츠(30)가 2루수로 포지션을 바꾸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상황에 대해 미국 NBC스포츠는 “리그 초창기부터 명문 구단을 자처했던 세 팀이 MLB ‘스토브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자존심 대결을 앞두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