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1명중 19% “수학 흥미 못느껴” 교사들 “교과서 너무 어려워” 지적
초등학교 1학년생 5명 중 1명은 수학에 흥미를 못 느끼고, 4명 중 1명은 문제 풀이를 지레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수학 교과서가 ‘초1 수포자(수학포기자)’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글 모르면 이해 못하는 초1 수학교과서… “사교육 없인 힘들어”
초1 19%는 ‘잠재적 수포자’
국어 쌍자음-겹받침 안배웠는데 수학은 1학기부터 지문으로 나와
숫자 개념 익힐 예시그림도 부족
교사 31% “초1 교과서 어렵다”… 부모들 “선행학습 시켰어야 했나”
30대 학부모 최모 씨는 올 초에 초1인 큰아들 수학 숙제를 도와주다가 답을 몰라 무안했던 적이 있다. 부교재로 쓰는 ‘수학익힘’ 교과서에 수록된 그림을 보고 뺄셈식을 만드는 문제였다. 땅에 떨어진 종이 7장을 두 학생이 한 장씩 줍고 있는 그림을 보고 최 씨는 ‘7-2=5’가 답이라고 생각했다.
○ 국어 선행학습 안 하면 수학 못 풀어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아이들의 문해력을 고려하지 않는 교과서 구성이다. 정부는 2017년부터 초1 한글 교육시간을 약 두 배로 늘리면서 ‘한글 책임교육’을 강조했다. 한글을 배우지 않고 입학해도 학교에서 가르쳐 준다며 학부모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이 수학 교과서를 읽고 문제를 풀려면 한글을 알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국어 교과서에선 쌍자음을 1학년 1학기 후반에, 겹받침은 1학년 2학기에 배운다. 하지만 수학 교과서는 1학기부터 이미 쌍자음, 겹받침이 있는 단어가 지문으로 나온다. 경력 25년 차 초등 교사 정모 씨는 “3월에 한글을 최대한 익히게 하고 4월부터 수학 교과 진도를 나가지만 그래도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다”고 전했다.
수 개념을 기초부터 설명하는 점도 부족하다. 현행 교과서는 숫자 하나를 설명할 때 예시 그림 한두 가지를 보여주는 정도다. 반면 일본의 초1 교과서는 숫자 하나를 과일, 동물 등 6가지 이미지를 통해 설명한다. 전북 전주시 전주북초의 정미진 교사는 “수학을 처음 접할 때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 자극을 줘야 하는데 현행 교과서는 이미지가 부족하고 그마저도 구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 사교육 의존이 오히려 기초 부실하게 해
부교재로 쓰는 수학익힘 교과서는 아이들에겐 ‘또 다른 벽’이다. 부교재는 본교과서에서 배운 것을 제 것으로 흡수하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부교재가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센터장은 “본교과서에서 배우지 않은 수준의 수리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가 도와주지 않는 아이들은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교과서가 어려우면 취학 전부터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많은 사교육이 계산법이나 문제풀이 위주로 가르치다 보니 오히려 기초가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경기 성남시 당촌초 이환규 교사는 “반복해서 문제를 풀고 익숙한 답을 외우는 것에 훈련된 학생들은 분수 등 수 개념이 복잡해지는 초등 고학년 진도를 못 따라가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김수연 인턴기자 성균관대 경제학과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