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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 없이는 못살아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 50대 유명 치과의사 겸 유튜버를 스토킹한 가해남성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수개월 간 보낸 문자 내용이다. 가해자는 조직을 동원해 피해자와 가족을 위협하겠다고 협박하고, 피해자의 지인들에게 허위사실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스토킹 피해자 뿐 아니라 자녀, 직장 등 주변인에게도 위해를 가한 대표적인 사례다.
#2. 이달 초 충남 가정폭력으로 이혼을 요구하던 40대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가해자는 경찰에 4차례 신고당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가해자는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집에 수차례 찾아와 위협을 가했고, 피해자는 결국 숨졌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 1년을 맞이했지만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스토킹 범죄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토킹 범죄 10건 중 3건은 ‘이혼소송’ 중 발생…“사전에 막을 방법 없어”
28일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가족관계 등에서의 스토킹범죄’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별거나 이혼 과정에서 스토킹 피해를 경험했다’는 가정폭력 피해자는 전체의 34.2%“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자 가족과 동거 가족 등을 대상으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전체의 32.6%에 달해, 스토킹 피해자 주변인의 피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현장에서 스토킹 피해자들을 만나는 수사기관, 시민단체 등은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스토킹 범죄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의 자녀, 연인, 지인 등을 상대로 추가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중년 여성의 스토킹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가정 폭력 또는 이혼 직전 상태에 상대방 배우자가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애정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며 ”(이혼 소송 중) 양육비 산정, 재산분할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지배적인 사고방식이 들어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 자녀의 학교 앞에서 기다리거나 가족, 친구 등에게 온·오프라인으로 연락을 시도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안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폭법)’ 적용 범죄에는 스토킹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자녀, 지인이 스토킹 피해를 입어도 직접적 피해가 드러나야 피해자로 인정되며, 그 전까지는 피해자에게만 보호조치가 적용된다.
하채은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도 ”스토킹 범죄의 유행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각 유형에 맞게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해자가 피해자의 자녀를 쫓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거나 온라인으로 계속 연락을 하는 사례도 흔하다. 스토킹 피해 중 아동학대 등의 사항이 포함되면 주변인에 대한 보호조치도 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잠정조치 위반’ 법정형 상향만이 능사는 아냐…‘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해야“
경찰청 ‘2021 사회적 약자 보호 치안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찰이 집행한 긴급응급조치 1764건 중 조치를 위반한 사례는 203건(12.1%)로. 잠정조치 집행건 2469건 중 조치위반 사레는 241건(9.8%)로 집계됐다. 스토킹으로 잠정조치를 받은 가해자 10명 중 1명은 조치를 위반하는 셈이다.
법무부는 스토킹 잠정조치를 위반하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에서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로 법정형을 상향하고, 긴급체포를 가능하도록 개정안을 내놓았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접근 금지 명령 자체가 유효한 유형의 가해자도 있지만, 위험도가 높은 가해자는 ‘접금금지 명령은 위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경우도 많다“며 ”접근 금지 조치는 가해자가 의무를 준수할 것이라는 기대 하에 시행하는 조치“라고 조언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가해자가 이미 집에 침입할 때 스마트워치를 누른다고 한들 강력 범죄를 막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며 ”스마트워치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한들 (피해자가 범죄에서 보호되기 위해서는) 마침 그 때 우연히 현장 근처를 지나가던 경찰이 빨리 들어아야 범죄를 막을 수 있다. 지금의 방식은 오로지 피해자의 운에 맡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