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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더 이상 진화 않는다… 창의력 높이려면 몸을 쓰라

입력 | 2022-10-28 11:27:00


더 이상 ‘머리를 쓰라’는 말이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실이 그렇다. 뇌는 더 이상 진화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에서 국민의 평균 아이큐를 검사한 결과 정체됐거나 갈수록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뇌라는 신체 기관에서 더 많은 지능을 뽑아내려는 노력은 신경생물학의 엄격한 한계에 부딪혔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이제 퇴화할 일만 남은 걸까. 다행히 미국에서 과학저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저자가 내놓은 신간 ‘익스텐드 마인드’(알에이치코리아)는 “미래는 ‘뇌 밖에서’ 사고하는데 있다”고 다독거린다. 좁디좁은 두개골이란 한계를 벗어나 인지 능력을 뇌 바깥으로 확장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저자는 그동안 미 전역에서 행한 ‘정신 확장 프로젝트’와 그 연구 결과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미국에선 1997년 앤디 클라크 워싱턴대 교수가 뇌 바깥에서 이뤄지는 사고가 우리의 정신을 넓힌다는 ‘확장된 마음’ 이론을 내놓은 이래 이런 연구들이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방법은 간단하다. 

첫 번째, “몸을 쓰라.” 인지 기능을 단숨에 향상시킬 최고의 해법으로 꼽힌다. 미 미네소타 주의 한 방사선 전문의는 동료들을 대상으로 걷기 실험을 했다. 평소처럼 가만히 앉아 방사선 슬라이드를 검토한 집단은 이상 징후를 평균 85% 찾아냈다. 그런데 러닝머신 위에서 시속 1.6㎞ 속도로 걸으며 방사선 사진을 살핀 집단은 99% 가까이 이상 징후를 발견해냈다. 수년 전부터 사무실에서 유행하는 ‘스탠딩 데스크’도 허리는 물론 직장인의 업무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메릴랜드대 메디컬센터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폐 사진을 검사하는 방사선 전문의들이 앉아서 근무할 때보다 걷고 있을 때 결절을 발견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저자는 “단 한 번의 신체활동이 우리 인지 기능을 단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셔터스톡 출처


“공간의 변화”도 좋은 방법이다. 미 학술지 경영아카데미저널에 따르면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들의 책상은 공통점이 있다. 사적인 물건의 약 70%를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배치한다고 한다. 긴장도가 높은 업무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일수록 자신만 볼 수 있는 공간에 사적인 물건을 놓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찾기 때문이다. ‘내 주변 환경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인지 능력을 극대화시킨다고 한다. 

마지막 비법은 “치열하게 논쟁하라”이다. 2019년 미 국립과학원 회보에는 4년 동안 과학 분야를 연구한 대학원생 수백 명의 지적 발전 정도를 추적한 논문이 실렸다. 논문의 결론은 예상과는 한참 빗나갔다. 대학원생의 지적 능력은 지도 교수의 가르침 때문에 향상된 게 아니었다. 연구실에서 동료들과 나눈 논쟁적인 대화가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왜 그럴까. “창의력은 관계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다. 혼자 추론해서 결론을 내리다간 확증 편향에 갇히기 쉽다. 오히려 다른 관점을 지닌 동료와 치열하게 맞서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탄탄히 쌓인다.

저자는 동료와 토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할 논거를 더 탄탄하게 마련하는 ‘책임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셔터스톡 출처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영화 ‘인크레더블’(2004년)과 ‘라따뚜이’(2007년)를 함께 만든 브래드 버드 감독과 존 워커 프로듀서는 제작 당시 공개적으로 거침없이 말싸움하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저자가 볼 때 버드 감독의 의견은 이 책의 핵심 주제와 맞닿아있다.

“저는 제 동료가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하길 바라지 않아요. 골치 아픈 소리를 해대는 게 우리 둘에게 서로 좋은 일이죠. 갈등을 피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영화가 성공하는 겁니다.”

‘익스텐드 마인드’는 무척 신선하다. 지능은 물론 창의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힘이 두뇌 바깥에 있다는 주장은 사례가 풍부하고 설득력도 가득하다. 실은 우리도 알고 있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있으니, 친구들과 만나 시원하고 놀고 나면 공부도 더 잘 된다. 그걸 신경과학 측면에서 입증해주니 더욱 반가울 따름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