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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첫 북핵 군축론…“김정은, 핵 쓰면 종말” 경고도

입력 | 2022-10-28 16:34:00

美 “北, 조건 없는 대화 응하면 군축 협상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27일(현지 시간)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군축 (협상이)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하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핵무기를 감축하는 대신 한미 연합훈련 등을 축소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군축 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이날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대담에서 이같이 말하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전화기를 들고 ‘군축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고 한다면 ‘안 돼’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이 원하는 군축이) 무엇인지 대화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 군축 협상은 통상 핵보유국끼리 핵전쟁 위험을 낮추기 위해 동시에 핵무기를 줄이는 협정을 위한 협상이다.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핵 군축 협상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또 미·북이 핵 군축 협정에 나선다면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 또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 젠킨스 차관은 이날 “전통적 군축 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감소(risk reduction)에 대해서도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혀 핵무기 감축 보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 태세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발표한 국가국방전략(NDS)과 핵태세보고서(NPR),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어떤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은 전략폭격기 등 핵전력을 계속 전개할 것”이라며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고위급 회담을 열고 위기 대응 협의를 개선하기 위한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2주 만에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이날 오전 11시 59분부터 오후 12시 18분까지 쏴 올린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은 고도 24㎞로 약 230㎞를 날아갔다. 올 들어 북한이 첫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통천에서는 2019년 8월 SRBM인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도 발사됐다.


북한 전술유도탄.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도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고수해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가 북미 군축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 대북정책 무게중심이 비핵화 협상에서 한반도 군사적 충돌 위험 감축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 북한 비핵화 실패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핵무기 감축을 조건으로 미국도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 동시에 북한을 중국 러시아에 이은 세 번째 위협으로 간주한 바이든 행정부는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 가능한 시나리오는 없다”며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 “北과 군축, 위험 감소 모두 논의 가능”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이날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대담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관리하기 군축과 군사적 충돌 위험 감축이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군축은 언제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물론 북한 핵개발을 보상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북한과의 군축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아 왔다.

젠킨스 차관은 군축의 의미에 대해 “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군축 목적과 의도는 투명성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도 포괄적인 군축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도 군축이 뭔지 (북한과) 다른 의견이 있었다”고 말해 군축 논의에는 핵무기가 포함돼야 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두 국가가 대화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군축뿐만 아니라 위험 감소 등 전통적 군축 협정으로 이어지는 군축의 모든 다른 요소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군축 협정에 포함되는 군사훈련 중단을 비롯한 적대 행위 중지 등도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물론 유엔사령부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군축 협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중·러 한반도 개입 우려에 美 “억지력 딜레마”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국가국방전략(NDS)과 핵태세보고서(NPR)를 통해 “핵무기를 사용하면 김정은 정권에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선제 핵공격까지 위협하는 북한이 대화 대신 군사 행동을 선택하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격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NDS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북핵 위협을 언급하며 “북한은 중국 러시아 같은 수준 경쟁자는 아니지만 미국과 동맹국에 억제 딜레마를 제기한다”며 “한반도 위기는 다른 핵보유국 개입과 더 광범위한 분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군사적 충돌 상황에 중국 러시아 개입 가능성을 우려해 핵우산 등으로 반격하는 것을 주저하는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확장억지 강화 및 한국 일본 호주와의 정보 공유를 강조하며 “정기적으로 고위급 회담을 여는 것은 물론, 위기 대응 협의를 개선하기 위한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핵우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의 고위급 협의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NDS는 중국을 가장 심각한 도전, 러시아를 즉각적 위협으로 규정하며 “미국과 동맹국은 점점 더 현대화되고 다양한 핵 역량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를 억제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무기 현대화와 동맹 규합을 통해 핵 강대국 중·러를 동시에 상대하는 양면 분쟁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지도부가 핵 강압과 제한적 핵무기 선제 사용을 비롯해 목표 달성을 위한 더 넓은 범위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며 대만 통일을 위한 선제 핵 공격 가능성을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