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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인 통신·이메일 추적금지…“취재 정보 보호”

입력 | 2022-10-28 19:38:00

AP뉴시스


미국 정부는 국가 기밀 같은 민감한 자료가 언론에 유출되더라도 극히 일부 상황을 제외하고는 언론사나 언론인의 취재 정보를 수집할 수 없도록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릭 갤런드 미 법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연방 수사당국이 언론인 e메일을 포함한 통신 기록 조회, 취재 메모 압수, 증언 확보 등을 위한 영장이나 소환장, 법원 명령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수사를 위해 언론인이 취재원에 대해 증언하거나 취재 정보를 제출하도록 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로써 수사 당국은 언론인이 취재와 무관한 일로 조사받는 경우, 외국 정부 요원이나 테러 조직 일원으로 간주되는 경우, 사망이나 심각한 상해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언론인 취재 정보를 압수할 수 없게 된다.

갤런드 장관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은 민주주의 수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이번 규정은 취재 보도 행위를 불합리하게 훼손할 수 있는 법적 조치로부터 언론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규정이 보호하는 취재 행위에는 침입, 절도, 컴퓨터 해킹, 불법적 감시 또는 감청, 뇌물 수수, 범죄 행위 방조나 공모 같은 불법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법무부는 취재 행위를 “기밀 정보를 포함해 언론인이 공공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 추적 또는 획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이번 규정은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시로 만든 ‘언론인 통신 기록 및 자료 수집 제한’ 규정을 더 넓힌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밀리에 기자 관련 자료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자 시정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갤런드 장관은 연방 검사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기존 (언론 사찰) 정책은 언론인이 취재원 공개를 강요받지 않고 보호한다는 국가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NYT는 수사 당국이 비밀리에 기자 관련 자료를 압수하거나 취재원을 기소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2005년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출범 이후부터 언론인 기록 압수가 빈번해졌으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 때 활발해졌다고 지적했다.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NYT 발행인은 “언론인이 법정 공방에 대한 두려움 없이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 법무부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프레드 라이언 미 워싱턴포스트(WP) 발행인은 이날 게재한 사설에서 “법무부가 수정헌법 1조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