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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조용한 도서관보다 사람냄새 나는 도서관

입력 | 2022-10-29 03:00:00

◇도서관은 살아있다/도서관여행자 지음/280쪽·1만7000원·마티




2015년 일본 고베시의 한 지역신문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교 시절 도서 대출 기록을 입수했다. 신문사는 학문적 연구 가치가 있다며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저자는 이에 대해 “16세 이상 이용자의 도서 대출 목록은 가족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도서관은 빅데이터 시대에 감시당하지 않고 정보를 얻는 마지막 장소”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이라 여기지 않는다. 공공도서관은 성별과 인종,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니 사회적 소외 계층의 안식처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미 시애틀중앙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들은 노숙인이라고 한다. 도서관은 이들을 위해 정신건강 및 취업, 주거 관련 상담 서비스도 진행한다.

사서로 일할 때 도서관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 관련 책이 모두 사라졌던 경험도 소개했다. 일부 이용자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없애버린 것이다. 실제 미 도서관에선 점성술, 낙태 등과 관련된 민감한 책들이 종종 없어진다고 한다. 저자는 “도서관은 검열의 공간이 아닌, 누구나 정보를 얻을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변한다. 절간처럼 조용한 도서관보다 아이들이 함께 웃음을 터뜨리거나 왁자지껄한 토론이 벌어지는 사람 냄새가 나는 도서관을 꿈꾼다는 시각도 신선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