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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명불상자는 무고 안돼…특정시 공소장 변경해야”

입력 | 2022-10-30 09:15:00


성명불상자를 수사해달라는 허위 고소장을 접수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경우 공소장 변경 없이 피무고자가 특정됐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무고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아버지에게 빌려준 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사용한 뒤, 다른 누군가가 예금을 출금하고 있다고 허위로 고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아버지에게 통장을 대여해주고, 부친은 회사 자금 관리 용도로 해당 통장을 사용했다고 한다. A씨는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 통장에서 몰래 1865만원을 인출해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주거지와 먼 한 경찰서에 성명불상자가 예금을 출금하고 있다고 허위 고소했고, 해당 경찰서 관할인 회사에서 계좌를 관리하는 관리부장에게 의심이 가도록 진술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실제 계좌 비밀번호를 유일하게 아는 제3자로 관리부장이 지목되고, 압수수색으로 관리부장이 예금을 인출하는 장면이 확보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검찰은 A씨가 성명불상자를 고소한 행위가 무고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했다. 무고죄는 타인의 형사처벌 등을 목적으로 공무소에 허위사실을 신고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1심은 A씨의 무고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이러한 사정을 바탕으로 “A씨에게 적어도 타인이 형사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결과의 발생에 대한 목적과 미필적인 인식이 있었다고 볼 것”이라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이 피무고자를 사실상 관리부장 등으로 특정했는데, 검찰의 공소사실은 ‘성명불상자’에 대한 무고이므로 공소사실 외 사실을 추가로 인정했다는 취지다.

공소장 기재와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 판례다.

이 사건의 경우 피무고자가 성명불상자에서 관리부장 등으로 사실상 특정된다면 A씨의 방어전략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대법원은 공소장 변경 없이는 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것에는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정되지 않은 성명불상자에 대한 무고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2009년 판례를 통해 판단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