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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젤렌스키 기획 ‘걸리버 리턴즈’ 프로듀서 “애니 속 상황, 우크라 현실과 같아”

입력 | 2022-10-30 13:54:00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로 등극한 이의 이름이 두 번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기획자이자 시나리오 공동 작가로 이름을 올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4)이다. 

‘걸리버 리턴즈’의 원작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1726년). ‘걸리버 리턴즈’에서 걸리버는 릴러퍼트 공화국이 인근 대국 블레퍼스큐의 침공으로 위기에 처하자 블레퍼스큐에 맞서 싸우기 위해 릴리퍼트로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온 걸리버는 “산처럼 큰 사람”이라는 전설과 달리 보통 체격. 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우크라이나의 올레그 코다추크 프로듀서(47·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2017년 4월 당시 젤렌스키가 이끌던 ‘크바르탈95’ 스튜디오에서 젤렌스키와 함께 우크라이나 독립 30주년(1991년 8월 24일) 프로젝트를 두고 논의를 했다”며 “젤렌스키가 총 12개의 아이디어를 내놨는데 그 중 실제 거인이 아니라 용기가 거인만큼 거대한 새로운 걸리버 애니메이션 아이디어가 가장 좋았다. 그래서 이를 추진키로 했다”고 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선 “덩치가 크다고 거인이 되는 것은 아니란다. 커다란 포부와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거인이 될 수가 있단다”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과거 기획하고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에서 걸리버가 릴리퍼트를 침공한 대국 블레퍼스큐 군 지휘관과 맞서 싸우는 모습. 박수엔터테인먼트 제공. 


‘걸리버 리턴즈’는 2019년 대통령 당선 전 배우이자 제작자로 활약한 젤렌스키가 이끌던 크바르탈95 스튜디오가 제작한 첫 장편 애니메이션.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유명한 스튜디오로 손꼽히는 크바르탈95가 우크라이나 독립 30주년을 앞두고 시작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코다추크 프로듀서는 “젤렌스키와는 2013년 한 체육관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사이”라며 “우리에겐 우크라이나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부합하는 애니메이션을 탄생시켜보겠다는 같은 목표가 있어 협업하게 됐다”고 했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모아나’ ‘엔칸토’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진도 참여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전문가를 모았다”며 “젤렌스키는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계획된 예산 늘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를 제작한 올레그 코다추크 프로듀서. 박수엔터테인먼트 제공. 


애니메이션 제작이 한창이던 2019년 젤렌스키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애니메이션은 지난해 최종 완성됐고, 우크라이나의 30번째 독립기념일인 지난해 8월 24일엔 우크라이나에서 먼저 개봉했다. 우연찮게도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애니메이션 속 상황은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온갖 첨단 무기로 무장한 채 공격을 퍼붓는 대국 블레퍼스큐는 러시아를, 이에 맞서는 작은 나라 릴리퍼트는 우크라이나를 연상시킨다. 눈에 띄게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키고 결사 항전하며 블레퍼스큐군의 패퇴를 끌어내는 걸리버를 보면 자연스럽게 젤렌스키가 떠오른다. 코다추크 프로듀서는 “우연의 일치지만 애니메이션 속 이야기는 현재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상황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며 “우리는 애니메이션 속 구체적인 상황과 현실 상황이 얼마나 비슷한지 하나하나 비교해보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걸리버 리턴즈’는 현재 미국을 포함한 73개국에서 정식 개봉했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되고 있다. 전 세계 상영 판권 판매 등의 수익은 전액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식을 촉구하고 및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을 지원하는 일에 사용된다. 코다추크 프로듀서는 한국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국 관객들의 걸리버 세계로의 여행은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작은 기여하게 될 겁니다. 당신의 지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 관객들이 꼭 ‘걸리버 리턴즈’를 보길 바랍니다. 모두가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