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CPR) 할 줄 아시는 분? 군대 다녀오신 분들이요 얼른.”
29일 오후 11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 골목 앞 ‘핼러윈 압사 사고’ 현장은 재난 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급박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쓰러진 일행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흉부 압박을 하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지켜보던 다른 시민들에게 다가가 “CPR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서 도와 달라”며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근처에 있던 시민들은 일행에게 “다녀올게”라는 말을 남긴 뒤 경찰 통제선을 넘어 사고 피해자들에게 달려갔다.
당시 현장을 지켜보다 구조를 도운 이규원 씨(21)는 “제가 본 것만 30여 명의 사람들이 쓰러져 CPR을 받고 있었다”며 “시민들이 4명씩 조를 이뤄 환자의 팔다리를 잡고 길가로 옮기기도 했다. 살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참….”이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29일 밤 핼러윈 압사 사고 현장에서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사고 부상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뉴시스
당시 현장에 있던 서모 씨(22)는 “곳곳에서 비명이 계속 들려왔지만 이미 경찰관이나 구급대원들은 각자 환자를 한 명씩 맡아 상태를 살피느라고 여력이 없어 보였다”며 “일행과 함께 도움을 요청하는 분을 따라가 쓰러져 있는 환자에게 정신없이 CPR을 했다. 살았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직도 걱정된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를 도운 한 의사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환자가) 2명부터 시작해서 4명, 5명으로 점점 늘어나더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며 “환자들의 얼굴이 창백했고 호흡이 없었다. 공통적으로 얼굴에 코피 등 출혈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CPR을 하면서도 복부가 팽창하는 것이 느껴졌다. 가스가 차는 것인지, 출혈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저희 쪽에서(돌본) 여섯 명 정도는 다 그렇게 (복부팽창이) 있었다”고 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 인파가 밀집하며 상황이 심각해지자 인근에 있던 클럽에서 입장료를 받지 않고 클럽 안으로 대피를 돕는 등 구조에 동참했다고 한다. 인근 식당 사장들도 환자들을 식당 안으로 안내해 누울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