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할로윈 참사 현장에서 세계 주요 외신들이 참사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뉴시스
주요 외신들은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를 일제히 머리기사로 다뤘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방역기준이 완화된 뒤 첫 핼러윈데이인 만큼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사고 예방 대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존제이형사사법대 브라이언 히긴스 교수는 미 뉴욕타임스(NYT)에 “주최 측이 명확하지 않은 행사는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출구 표지판이나 교통수단 등의 안내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건 때) 그 무엇도 적재적소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6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스페인 출신 마르코 모렐리 씨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근처에서 교통경찰을 몇 명 본 것이 전부”라며 “핼러윈을 맞아 경찰 복장으로 꾸민 방문객이 많아 더 혼란이 컸다”고 전했다. NYT는 “한국은 수십 년간 정치적 시위 등 대규모 집회를 통제해온 경험이 있는 나라”라며 “최근 정치(집회)의 경우 경찰이 시위대보다 많아 보이는데, 이번 참사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사고를 현장에서 목격한 시민들도 “경찰이 부족했다”라는 공통된 증언을 내놨다. 현장에서 간신히 탈출한 김서정 씨(17)는 NYT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경사진 길에서 앞뒤로 사람들이 ‘밀어!’라고 외치는 와중에 나도 떠밀려 넘어졌다”라며 “비명을 질렀지만 음악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뒤늦게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온 경찰관 몇 명이 사람들을 통제하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라고 전했다.
AP통신은 이번 이태원 참사가 2014년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에 발생한 인명피해라는 점을 지적하며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가 실시해온 공공안전 개선책에 대해 조사하라는 대중들의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에서는 핼러윈이 (외국과 달리) 어린이들이 사탕을 주고받는 휴일이 아니라 20대 파티 애호가들이 특별한 의상을 차려입는 클럽 행사로 변질됐다”라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