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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줄 마른 중소형 증권사들 ‘자산 구조조정’ 돌입

입력 | 2022-10-31 03:00:00

CP-전단채 발행 돌려막기로 연명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소형 증권사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자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PF 자산유동화증권 차환(신규 증권을 발행해 만기 증권 상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금리를 대폭 높인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돌려막고 있다. 일부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보유 금융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비상경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자금난을 겪는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서두르고 있지만 단기자금시장은 아직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와 CP 등 단기자금시장 지표 금리는 여전히 상승세다. 28일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5.487%로 일주일 전인 21일(5.736%)보다 0.249%포인트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91일물 CP 금리는 4.25%에서 4.59%로 치솟으며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증권업계에선 9개 대형 증권사가 중소형사 지원을 위해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할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모집 자금이 5000억 원 규모에 불과하다. 또 실제 자금이 투입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이번 중소형사 지원에 조건을 내걸지는 않았지만, 자산 구조조정 등 중소 증권회사 스스로 개별적인 자구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증권사들은 연 9%대 금리로 CP를 발행해도 투자자를 모집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PF 자산유동화증권 차환 발행 물량의 금리는 이미 연 10%를 훌쩍 넘었다. 최근 KB증권은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의 PF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와 ABCP를 발행해 가까스로 차환에 성공했지만 이번 83일물 채권의 금리는 연 12%대로 기존(연 3.55∼4.47%)의 3배 수준이다.

회사채 시장도 좀처럼 숨통이 트이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27일까지 발행된 회사채 264건 중 40건은 수요예측 경쟁률이 1 미만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수요예측을 통한 채권 주문 금액이 당초 목표 발행 금액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미달이 발생한 40건 가운데 14건은 이달 발행한 물량으로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JB금융지주(AA+)와 메리츠금융지주(AA) 등이 포함됐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시장 안정조치 발표 이후에도 신용스프레드(만기가 같은 국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가 확대되고 있다”며 “연말까지 단기자금시장과 채권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