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앤가이드 4분기 업황 전망
경기 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 과잉이 지속되며 올 4분기(10∼12월) 반도체 업계에 ‘더 추운 겨울’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7개 분기 만에 10조 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영업이익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8조7682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13조8667억 원)와 비교해 36.8%가 감소한 수준이다. 전 분기인 3분기(7∼9월) 영업이익(10조8520억 원)보다도 19.2% 줄었다. 실제 4분기 영업이익이 8조 원대로 나온다면 지난해 1분기(1∼3월) 영업이익(9조3800억 원) 이후 7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10조 원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이는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로 반도체(DS) 부문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8일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사업부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비트그로스(비트당 출하량 증가율)를 위해 ASP(평균판매가격) 희생이 예상돼 수익성 악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도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2012년 3분기 영업손실 150억 원 이후 약 10년 만에 적자로 전환되는 것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7일 리포트를 통해 “전방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위축돼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구매는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며 “영업적자 61억 원의 적자 전환이 전망되고, 내년 2분기까지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체 사이의 ‘치킨 게임’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6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 상황에서 감산을 하지 않으면 반도체 가격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설비 투자가 증산이 아닌 기술 투자가 목적이기 때문에 과거 같은 출혈 경쟁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급감으로 인해 감산을 계획 중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DDR5 등 고부가가치 상품 판매에 집중하는 등 돌파구를 찾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내년 투자는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