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패턴 학습 AI의 놀라운 지도부 예측 “충성스럽지만 무능한 측근에 둘러싸여”
윤완준 국제부장
인공지능(AI)은 알고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심복들로만 채워진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상무위원)가 공개되기 한 달도 훨씬 전이다.
이종혁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대학원 조교수는 AI 머신러닝을 통해 시진핑 지도부를 예측했다. 1982년부터 올해까지 공산당 주요 간부 5000여 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들의 1만9000여 번 승진 패턴을 학습시켰다. 별도로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만 따로 6200여 번 승진 패턴을 익히게 했다. 공산당 간부마다 시진핑과의 직간접 관계 등을 포함한 300여 특징을 반영했다.
시진핑 시대의 승진 패턴을 학습한 AI가 최고지도부에 들 확률 순위를 뽑아냈다.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끝난 다음 날인 이달 23일 최고지도부에 새로 진입한 인물은 서열순으로 리창 차이치 딩쉐샹 리시였다. 한때 총리로 거론된 후춘화가 빠지고 상하이 봉쇄 책임론의 리창이 총리가 될 서열 2위로 등장하자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몰려든 기자들은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AI는 일찌감치 리창과 리시를 가장 유력한 승진 후보로 예상했다. 23일 직전까지 아무도 상무위원으로 거론하지 않은 차이치도 AI는 유력하게 예상했다.
더 주목되는 게 있다. 1982년부터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 승진 패턴을 학습한 AI의 분석에서 승진 확률은 크게 달라졌다. 후춘화(34%) 황쿤밍(30%) 딩쉐샹(7%) 리창(5%) 차이치(4%) 리시(4%) 천민얼(3%) 등이었다.
이 교수는 통화에서 “저개발 지역에서 일한 경험과 성과 등 능력 경쟁이 있었던 시진핑 시대 이전의 승진 패턴으로 AI에 지도부를 결정하라고 하면 후춘화가 1등이고 리창은 14등, 리시는 15등 정도였다”고 했다. 이 교수는 시진핑 시대에 유력한 최고지도부 후보이지만 이전 시대로 보면 승진 가능성이 낮은 리창 리시 차이치 등을 ‘시진핑에게 충성스럽지만 무능한’ 간부로 봤다.
AI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건 무슨 뜻인가. 시 주석이 ‘독재자의 딜레마’에 빠졌으니 독재자라는 걸 통계적, 이론적으로 증명한 첫 사례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시 주석이 1인 독재로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는 표현이 그냥 수사가 아닌 셈이다.
16일 당대회 개막식 날. 백발의 후진타오 전 주석이 시 주석의 지시로 퇴장했다. 권력 핵심부 대부분이 사실상 쫓겨나는 후 전 주석의 모습을 쳐다볼 엄두도 못 내고 얼어붙은 표정으로 정면만 바라봤다.
랴오닝성 선양에 사는 30대 중국인 허모 씨와 대화했다. 시 주석의 정책에 적극 동조해온 이다.
“시 주석 3연임은 사실 크게 관심이 없어요. 잘살게만 해주면 되죠. 하지만 심복들로만 지도부를 채운 건 걱정이 돼요. 장기 독재하다가 갑자기 건강이라도 나빠지면 어떻게 하죠?”
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