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세 돌아선 코로나 대책은
이종구 의학한림원 코로나특위 위원장(외교부 글로벌보건안보대사)
《올해 9월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감소하면서 하루 사망자가 1만 명 이하로 보고됐다. 그러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끝이 보인다’라는 다소 낙관적인 언급을 한 바 있다.
지난주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주 대비 15% 감소한 269만 명이었다. 사망자는 13% 감소한 8560여 명이었다. 그러나 겨울이 다가오면서 환자 감소세가 다소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환자 감소세가 둔화하다 오히려 증가세로 돌아서는 상황이다.》
○ 국민 97% 항체 보유에도 재확산 우려
혼합 면역(hybrid immunity)이 90% 이상임에도 환자가 다시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집단면역 ‘한계치(threshold)’에 도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변이종이 계속 발생하면서 백신에 대한 면역 회피가 일어나고 있다. 홍역이나 두창처럼 전신면역(systemic immunity), 즉 영구면역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 감염과 예방접종에 의한 방어효과가 6개월 이상 지속되지 못하는 이유다.
또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의 56%가 무증상이다. 검역 등을 통한 지역사회 전파 차단이 어렵다. 장기간의 유행으로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진단을 받지 않거나 무증상 감염된 ‘미확진 감염자’(숨은 감염자)는 19.5%에 달한다.
무엇보다도 백신 접종이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이지만 현재 사용 중인 백신은 접종 후 집단면역을 획득해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는 효과보다 중증환자 감소와 사망 예방에 초점을 두고 개발됐다. 코로나19 정책이 고위험자 보호 전략에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 겨울 유행 대비, 백신 추가 접종 필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30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보건소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7차 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둘째, 백신 접종이 관건이다. 추가 접종률이 1개월 전과 비교해 더 오르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접종 인구가 50% 이상 넘으면 추가 접종의 한계 효용은 낮아지지만 미접종자에 비해 2차 접종자는 69.7%, 3차 접종자는 95.0% 정도 중증화 위험이 낮아진다.
4차 접종자의 경우 사망 위험은 미접종자에 비해 83.7%, 2차 접종자에 비해 64.8%, 3차 접종자에 비해 14.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접종은 매우 중요하다. 추가 접종 효과는 적어도 3개월 유지되기 때문에 겨울 대책으로 꼭 필요하다. BA.75.2, XBB, BA.4.6, BF.7, BQ.1.1 등 매번 새 변이에 효과가 있는 새로운 백신은 현실적으로 생산, 공급이 어렵다. 따라서 변이에 맞춘 백신보다 빠른 추가 접종이 방어 효과가 크다.
‘동절기 일제 접종’은 기본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의 면역력을 다시 올릴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과학적 설득도 필요하다. 소아청소년층의 미접종이 약 30%에 달하는 이유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무증상 혹은 증상이 가볍지만, 상대적으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부작용(심장염)은 위중하다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장염은 사춘기에서 10만 명당 4.6명으로 매우 드물고, 예후도 양호하다.
○ 또 다른 전염병 유행 대비해야
넷째,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변이종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정보 공유, 국경 관리 등에서 국가 간 협력과 공조가 필요하다. WHO는 ‘국제보건규칙 개정으로 전염병 권고사항, 실시간 보고 및 감독 등을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유럽 등은 대유행 예방조약 제정으로 국가수반 책임 체계로 바꾸면서 각종 보고와 권고 이행의 강제성, 보건의료체계 강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국제적 흐름에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일본-중국의 협력과 공조가 중요하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질병 정보와 이에 합당한 국경 개방은 중요한 이슈임에도 상호 호혜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동북아 지역 방역 협력은 변이종 유입, 또 다른 신종 감염병 유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3년을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대응에서 한계를 경험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유행을 종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지식과 사실’,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 우리의 퇴치 열망에 비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실행)’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 그 간극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이 간극을 파악하기 위한 증거 중심, 과학적 접근은 미흡하다. 진실을 알기 위한 각종 감시망 구축, 백신 연구,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등 공중보건과 과학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하다. 또한 같은 사실에 대한 학자들 간 해석 차이는 학자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반성을 가져오게 했다.
WHO의 예방접종자문 그룹인 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 등의 사례를 통해 전염병 대유행 시 의사 결정, 이해관계 배제 등 자문기구의 합리적 운영을 구축해야 한다. 또 각종 전염병 대응 정책 선택 시 정부와 학계, 이해당사자가 참여해 투명한 자료에 근거해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제도화하고 실행한 후 적절한 보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종구 의학한림원 코로나특위 위원장(외교부 글로벌보건안보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