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한국어학당 오스트리아 20대 교포, 내달 7일 졸업 앞두고 숨져 사촌누나 “이제 부모님과 한국말로 대화할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는데”
외국인들이 30일 오후 경기 고양시 동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망자 신원을 확인한 뒤 오열하고 있다. 사망자 154명은 이 병원을 비롯해 서울과 경기 지역 병원 40곳으로 이송돼 안치됐다. 고양=뉴시스
“다음 달 7일 한국어학당 교육을 마치고 오스트리아로 돌아갈 예정이었어요. (이태원에) 가지 않았다면 일주일 뒤에는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과 원하던 대로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었는데….”
30일 오전 경기 고양시 동국대일산병원에서 만난 A 씨(41)는 눈물을 삼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사망한 오스트리아 국적 김모 씨(25)의 사촌누나라고 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김 씨는 한국 출신인 부모님과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어 3개월 전부터 연세대에서 공부해 왔다. 그는 29일 “이태원에 간다”며 A 씨와 이모에게 말하고 집을 나선 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29일 밤 경찰의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온 A 씨는 김 씨 부모에게 전화해 “한국으로 빨리 와 달라”는 소식을 전해야 했다. A 씨는 김 씨에 대해 “항상 말을 잘 듣는 착한 동생이었다”며 “최근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타국에서 친구와 가족을 잃은 외국인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모로코에서 온 마르완 씨(24)는 30일 사고 현장 인근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주말마다 이태원에서 만났던 친구 3명이 사망했다. 슬픈 비극”이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만난 한 유족은 “우리 회사 스리랑카 출신 직원도 사망했다”며 “이달까지만 있다가 출국하기로 했는데 막판에 사고를 당해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외국인들은 언어 장벽 때문에 위험을 알아채고 대피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스웨덴인 B 씨(28)는 “앞쪽에서 사람들이 넘어진 뒤 경찰 등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해산을 지시하면서 엉켜 사람들이 다시 넘어지기도 했다. 움직이기 힘들다고 호소했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아 소통이 어려웠다”고 했다. 독일 국적의 C 씨(25)는 “현장 상황이 심각했지만 언어 문제 때문에 시민들을 도울 수 없어 안타까웠다”며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 외국인과 일부 시민은 핼러윈 이벤트의 일부인 줄 알고 웃기도 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고양=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