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에서 이탈하겠다고 선언하자 식량 가격이 다시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중재하기 위해 유엔과 튀르키예가 러시아를 설득하기 위해 나섰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보도했다.
30일(현지시간) 유엔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러시아가 협정에 복귀시키기 위해 나섰으며, 튀르키예 국방부도 러시아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29일 우크라이나가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에 대해 드론 공격을 했다는 이유로 곡물 수출 협정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러시아는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민간 건조 화물선에 대한 안전 보장을 책임질 수 없으며, 오늘부터 무기한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성공적으로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이 지속해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자, 러시아가 이를 압박하기 위해 다시 ‘식량 무기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는 밀과 옥수수 및 기타 식량 수출을 위한 중요한 수출길 중 하나다. 전쟁 전 흑해 항구를 통해 우크라이나 농산물의 95% 이상이 수출됐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수출 길이 막히자 밀 가격은 46%, 옥수수 가격은 11% 급등했다.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체결한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로 세계 식량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됐으며, 내달 19일 만료되는 협정 기간도 무난하게 연장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결국 러시아가 협정 중단을 했다.
이에 따라 31일 시장이 개장하면 식량 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ED&F 맨 캐피털 마켓사의 곡물 선물 담당 책임자인 찰리 서너팅어는 “분명히 더 높은 가격으로 장을 출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의 올해 전체 식량 생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곡물 가격이 올해 초만큼 극적으로 상승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라보드 국제 식량 정책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미 현 상황에 익숙해졌지만, 그럼에도 곡물 가격이 향후 며칠 동안 5~10% 가량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흑해 협정의 중단으로 비료 수출도 난항을 겪게 되면서 농작물 재배도 또다시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라보뱅크 런던지사의 수석 분석가인 마이클 마그도비치는 협정 중단으로 우크라이나 농민들이 농작물 재배 자체를 그만둘 가능성이 크며, 세계 식량 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