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아들을 잃은 스티브 블레시(62)가 트위터에 올린 아들 스티븐의 사진. 트위터 캡처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아들을 잃은 미국인 아빠가 “수억 번 동시에 찔린 것 같다”며 견딜 수 없는 슬픔을 토로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아내와 함께 쇼핑 중이던 스티브 블레시(62)는 동생으로부터 ‘한국의 상황에 대해 들었느냐’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한 동생이 한국에 있는 블레시의 둘째 아들 스티븐의 안부를 물어온 것.
스티븐이 걱정된 블레시는 아들은 물론 정부 공무원들과 친구들 등 이곳저곳에 몇 시간 동안 연락을 취했다. 그러던 중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스티븐이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 2명 중 1명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중간고사를 마친 스티븐은 친구들과 즐거운 주말을 즐기기 위해 외출한다고 블레시에게 참사 발생 30분 전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들 중 몇 명은 인파를 피해 미리 빠져나갔으나 스티븐은 그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레시는 “‘몸조심해라’는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받지 못했다”며 “수억 번을 동시에 찔린 것 같은 아픔”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그냥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아무 감각 없이 망연자실하고 동시에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상실감을 나타냈다.
블레시는 스티븐에 대해 여행과 농구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들이었다고 밝혔다. 블레시는 “스티븐은 모험심이 강하고 외향적이며 다정한 성격이었다”며 “그를 잃은 것을 견딜 수 없다”고 토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로 인한 인명피해는 31일 오전 6시 기준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으로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벡·스리랑카 각 1명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