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검색만으로 확인되는 마약 판매 광고글(캡처)ⓒ 뉴스1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마약 거래의 한쪽 문이 열렸습니다. 암호화폐 거래로 다른 한쪽 문도 열렸습니다. SNS와 암호화폐로 마약 범죄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마약중독 전문병원 인천참사랑 병원에서 약물 중독자를 상담하는 최진묵씨(47)는 지난해 5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음지’에서나 유통되던 마약이 ‘양지’의 일반인들에게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였다.
그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났으나 상황은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관련 광고 글이 줄줄이 올라온다. 뉴스1은 ‘강남 유흥주점 연쇄 사망사건’ 이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마약 범죄 실태를 긴급 진단했다.
지난 7일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마약 은어와 주요 키워드를 입력하자 ‘마약을 판다’는 광고 글 10여개가 순식간에 떴다. 모니터 화면에 가득 찰 정도였다. 본인의 텔레그램 아이디를 트위터에 적고 ‘오래오래 거래하고 싶으신 분들 연락 달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마약 은어로는 차가운 X·시원한 X·아이X·X음·X디 등이 있다. 여기서 차가운 X·시원한 X·아이X·X음은 필로폰을, X디는 엑스터시를 의미한다. 마리화나를 의미하는 은어도 포털사이트와 SNS에 올라오고 있다.
광고 글을 올려 유인해 ‘약값’만 송금 받고 잠적하는 사기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SNS 광고의 상당수는 ‘실제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
15년 이상 마약을 복용했다는 A씨(40대)는 “트위터로 메시지를 보내 마약을 구입한 사례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수배 생활을 하다가 자수한 후에도 약 생각이 나 트위터 메시지를 보냈고 거래는 암호화폐로 했다”고 말했다.
마약과 무관하게 살던 일반인은 호기심에 구매했다가 수렁에 빠졌다. 지난 2020년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던 김모씨(28)는 SNS에서 마약 광고글을 보고 ‘진짜 팔까’라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마약 거래상인 딜러는 답을 보냈고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마약을 접했다.
김씨는 최악의 경험을 한 후 중독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한 호텔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그는 순간 방안이 정신병동처럼 느껴졌다. ‘창살에 갇혔다’ ‘빨리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에 움직이기 시작한 김씨는 창에 설치된 방충망을 뚫고 밖으로 몸을 던졌다고 한다.
◇끈질기게 뻗치는 유혹의 손길
마약 경험자들은 “마약이 내게로 온다”고 표현한다. 한 번 복용하면 끊기 어렵고 사방에서 유혹의 손길이 끈질기게 뻗치기 때문이다. 중독자들이 약값을 벌기 위해 직접 마약을 파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동자가 중독자를 양산하는 악순환인 셈이다.
암호화폐 마약 거래도 경찰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경찰은 추적 동원프로그램을 이용해 암호화폐 거래 흐름 등을 수사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SNS와 암호화폐로 마약 거래 범죄의 문이 활짝 열렸다’는 말은 범죄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집중 단속해 마약류 사범 3033명을 검거했다. 그중 비대면 거래 수단 인터넷·SNS 등을 이용한 마약류 사범은 1174명으로 전년(892명)보다 31.6% 증가했다.
특히 인터넷과 SNS를 자주 이용하는 ‘MZ세대’(10~30대) 마약류 사범은 전체 검거 인원의 63.2%인 1918명에 달했다. 마약이 SNS를 타고 젊은 세대의 일상에 버젓이 침투하고 있는데 실효성 있는 관리·계도·단속 활동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마약 중독자에서 상담가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최진묵씨는 “마약은 음지에서 유통된다거나 특정 사람만이 복용하는 약물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최근 마약을 복용했다가 기소유예 처분으로 교육받는 사람 중 80~90%는 20대고 이들은 평범한 학생이거나 직장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디.
최씨는 “대마초나 케타민은 마약으로 보지 않고 가볍게 여길 정도로 경각심도 약해진 상태”라며 “처벌을 강화하든 치료 기반을 확대하든 뾰족한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