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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교수와 청년 대학원생의 치열한 논쟁…2인극 ‘클래스’

입력 | 2022-10-31 10:29:00


25일 개막한 연극 ‘클래스’의 한 장면. 두산아트센터 제공

어느 예술대학의 교실. 

극작과 교수(이주영)와 대학원생(정새별)의 일대일 수업이 시작된다. 운동권 대학생을 거쳐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던 A는 정치적 폭력과 억압에 맞서는 글을 쓰다 교수가 됐다. 유년기 성폭력 피해를 입었던 B는 “쓰레기통이 필요해서” 작가를 꿈꾸게 됐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개막한 연극 ‘클래스’는 중년과 청년, 교수와 학생인 두 사람이 위계의 질서가 더욱 선명해지는 ‘교실’에서 벌이는 논쟁을 다룬 치열한 2인극이다.

교수는 정치적 억압과 국가 폭력이라는 거악(巨惡)에 맞서 동료들과 ‘원팀’을 이뤄 직접 싸운 세대, 대학원생은 급격한 경제 위기를 겪으며 집단보단 개인을 중시하는 풍조에서 자란 세대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인물은 예술과 현실, 폭력과 위계, 세대갈등 같은 다양한 주제에 관해 각자 주장을 피력하며 첨예하게 맞선다.

연극 ‘클래스’는 서로 다른 세대, 가치관의 교수와 대학원생이 여러 주제에 관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2인극이다. 학생 역(왼쪽)의 정새별, 교수 역의 이주영. 두산아트센터 제공

연극은 대학원생이 교수와의 일대일 수업에서 ‘고독한 케이크방’이라는 희곡을 완성한다는 내용의 큰 줄기를 따라간다. 대학원생은 유년시절 성폭력 경험을 소재로 희곡을 창작하려고 하지만, 교수는 “120분간 작가의 자기연민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일갈한다. 

논쟁을 거듭하는 도중 묻혀있던 또 다른 이야기, 교수의 스승인 원로교수와 대학원생의 룸메이트 사이에 벌어졌던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일련의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위계의 폭력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 사건들은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고 극은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교수와 대학원생은 어떤 논쟁을 하느냐에 따라 서로를 쳐다보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한다. 두 사람의 시선이 엇갈리는 모습. 두산아트센터 제공



예술대학 강의실을 구현한 무대에선 논쟁의 내용이 어떤가에 따라 교수와 대학원생이 앉은 구도와 시점이 달라진다. 두 사람은 마주볼 때도 있으며 대각선으로 멀찍이 떨어져 앉기도 한다. 대화의 주제가 무엇이냐, 누가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느냐에 따라 배우들의 위치를 달리한 섬세한 공간 연출이 눈에 띈다.  

‘클래스’의 작가 진주는 두산아트센터가 40세 이하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해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DAC 아티스트’ 프로그램의 지난해 공모에서 9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진주는 ‘클래스’에 대해 “세대, 성별, 가치관 등 각자의 기준으로 부딪히는 갈등 속에서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고 했다. 

소외된 존재를 주인공 삼아 사회성 짙은 작품을 써왔던 그의 전작으로는 6·25전쟁 당시 양민학살 사건의 여성 피해자가 주인공인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2019년), 다문화 이주여성의 자살 사건을 모티프로 한 연극 ‘ANAK’ 등이 있다. 

다음달 12일까지, 전석 3만5000원.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