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장례식장에 국화꽃 한 송이가 놓여 있다. 2022.10.31 뉴스1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튿날인 지난 달 30일 희생자들이 안치된 병원 곳곳에선 정부의 대응 미흡을 호소하는 유족들의 원성이 터져나왔다. 유가족에게 1대1 전담 공무원을 배치한다는 정부 발표는 시행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사체검안서 발급이 지연되면서 유가족이 원하는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는 것이 늦어지기도 했다. 상황은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나아졌지만, 애끓는 유가족의 마음을 달래려는 정부의 초기 대응에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1대1 매칭 공무원 누구냐” 혼선
대다수 유가족은 30일 오전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도착하고서도 이태원 참사 관련 정부 인력과 만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오전 9시 45분 “관계 공무원을 1대1로 매칭시켜서 필요한 조치와 지원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뒤에도 현장에선 한동안 혼란이 벌어진 것이다.
같은 날 오후 5시경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20대 희생자의 고모부 A 씨는 “공무원을 유가족에 1대1로 파견했다고 하는데 왜 여기는 없나. 경찰도 누가 경찰인지 모르겠다”면서 “혹시 저 재킷 입은 사람이 경찰이냐”고 물었다. 그는 “서울시, 경찰, 병원 그 누구도 우리에게 와서 장례 절차를 안내해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이 공언한 1대1 매칭은 이날 밤 늦은 시간에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상자가 모였던 순천향병원에서 다른 곳으로 이송되기도 하고, 사망자도 추가로 나오면서 시간이 지체됐다”고 해명했다.
● 늦어진 검안서 발급에 유가족 ‘발 동동’
3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남양주시 한 장례식장에선 허망하게 20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2022.10.31 뉴스1
이날 오후 4시경 보라매병원에서 만난 희생자의 아버지 이모 씨(59)는 아예 다음날을 기약하고 병원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아들 고향에서 장례식을 치러주고 싶은데, 사체검안서가 안 나오면 시신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한다고 하더라”면서 “내일 검안서가 나온다고 하니 내일 다시 병원으로 올 예정”이라며 충격에 연신 주저앉는 부인을 부축해 집으로 되돌아갔다.
희생자가 안치된 또 다른 병원에선 “빈소를 차려야 한다”면서 시신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유가족과 “검안서가 안 왔다. 우리도 방법이 없다”며 만류하는 경찰이 실랑이를 벌였다. 지방에 거주하는 유가족들은 “검안서가 나올 때까지 할 수 없이 서울에서 밤을 새워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정부는 사망자에게는 위로금으로 2000만 원, 장례비는 최대 15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부상은 정도에 따라 500만~1000만 원의 위로금이 지급된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