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글로벌 경영환경 급변”… 두 달 빨리 임원인사 마친 CJ 40대 임원 발탁… 성장동력 발굴… 신세계, 10월 신상필벌 인사 단행 롯데, 외부 영입 체질개선 나서고, 현대百은 ‘아웃렛 화재사고’ 변수
주요 유통업체들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위기가 가중되면서 연말 임원 인사 시점을 연이어 앞당기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내년도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인사를 서두르면서 사업전략 수립에 나서는 모양새다.
CJ그룹은 지난달 24일 국내 주요 유통기업 중 가장 빨리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12월에 단행됐던 것보다 두 달가량 빨라졌다. CJ는 40대 임원을 대거 발탁하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J 관계자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 조기 인사로 내부 조직을 먼저 가다듬은 것”이라며 “내년 이후 일할 사람들이 그룹의 성장과 미래 전략을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CJ는 임원 인사 직후 2023∼2025년 새 중기 비전 전략 실행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올해 2분기(4∼6월)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 1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지난해 중기 비전 발표 이후 1년 만에 다시 중기 단위 전략 수립에 나선 것은 그만큼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사를 단행한 지 사흘 뒤인 지난달 27일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주요 경영진을 한자리에 불러 “2023∼2025년은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가느냐, 국내 시장에 안주해 쇠퇴의 길을 가느냐의 중차대한 갈림길”이라며 “초격차 역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계획을 신속하게 수립해 내년에 즉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부터 임원 인사를 11월 말로 앞당긴 롯데는 지난해와 비슷한 시점에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지난해 순혈주의를 깨고 파격적으로 P&G 출신 김상현 롯데 유통HQ 부회장을 비롯해 신세계 출신 정준호 백화점 대표 등 외부 인재를 영입해 체질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펀더멘털 개선에 집중하면서 실적이 호전됐지만 롯데건설이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위기관리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내년도 경제 전망 악화와 현금 유동성 문제로 인해 투자 계획 전반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며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맞춰 올해는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11월 초에 인사를 발표해온 현대백화점그룹은 7명이 사망한 대전 아웃렛 화재 사고로 인해 인사 시점을 11월 중하순으로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부터 전 임직원이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화재 원인 발표에 따라 임원 인사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