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시민들이 줄지어 헌화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된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글이 돌고 있다. ‘외국 명절을 왜 챙기느냐’거나 ‘놀다가 죽었는데 애도해야 하느냐’는 글이 대표적이다. 사고 현장을 담은 자극적인 영상과 사고 원인에 관한 거짓 정보까지 확산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혐오 표현이요 허위 사실 유포로 법적 윤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행위다.
이번 압사 참사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들은 재난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 피해자들이다. 중간고사를 끝낸 학생들,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러 나온 젊은이들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던 어린 가장과 임신 3개월 아내를 고국에 두고 일하러 온 스리랑카인도 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유족들은 “칼에 수억 번을 찔린 아픔”과 “세상이 무너지는 슬픔”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희생자 탓을 하고 조롱하는 글을 함부로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마약이나 가스 누출로 돌리는 거짓 정보도 문제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마약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가스 누출과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근거 없는 주장을 유포하는 행위는 사고 수습에 도움이 안 될뿐더러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온라인에는 사고 현장을 찍은 영상들이 모자이크 처리도 되지 않은 상태로 돌아다니고 있다. 공동체의 일원이라면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상처를 덧내는 일은 삼가는 것이 도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