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첫 3선 대통령 당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30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뒤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서 소속 노동자당 관계자들과 함께 지지층 환호에 답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왼쪽 붉은색 옷을 입은 여성이 부인 호잔젤라다. 상파울루=AP 뉴시스
‘남미 좌파의 대부(代父)’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76)이 지난달 30일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남미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67)을 누르고 당선됐다. 브라질 첫 3선 대통령이자 12년 만의 재집권이다.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 등 중남미 주요 6개국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며 제2의 ‘핑크 타이드(Pink Tide·좌파 물결)’가 완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정권들은 대부분 친(親)중국 성향이어서 중남미에서 미중 대결 구도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 룰라, 1.8%포인트 차로 간신히 승리
룰라 당선인은 이날 승리 연설에서 “아마존 열대 우림 불법 벌채를 근절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벌인 산림 개발 정책을 ‘청산 대상 1호’로 지목한 것이다. 이어 “2억1500만 브라질 국민을 위해 통치하겠다. 우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이라며 통합을 촉구했다.
이번 대선은 극심한 좌우 분열 속에서 치러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로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68만8000명)를 내며 지지율이 급감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 당선인의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달 4일 1차 투표 결과 룰라 당선인은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결선을 치르게 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숨은’ 지지자가 많았다.
○ “중남미 좌파 물결에 미국 긴장”
구두닦이, 금속공장 노동자 출신 룰라 당선인은 1980년 브라질 파업을 이끌며 ‘좌파 대부’로 떠올랐다. 공장에서 기계에 왼 새끼손가락 일부를 잃은 룰라 당선인은 첫 아내도 산업재해로 잃었다.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2006년 재선에 성공해 브라질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퇴임 직전까지 지지율 8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정권 아래서 부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580일간 수감됐다. 지난해 브라질 대법원은 유죄 판결을 무효화했다.룰라 당선인 부인인 사회학자이자 페미니스트 호잔젤라 다 시우바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브라질 일간 우글로부는 “그는 퍼스트레이디 호칭을 거부하고 ‘퍼스트메이트(첫 번째 동반자)’가 되길 원한다”고 평가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의 중남미 ‘1차 핑크 타이드’ 주요 기조가 반미(反美)였다면 룰라 당선인 재집권으로 사실상 완성된 2차 핑크 타이드는 복지 강화 같은 좌파 경제 정책이 핵심이다. 중남미 좌파 정권들이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