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기간 축제성 행사 무기 연기 중앙부처 검은 리본 달고 근무
정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가 애도기간을 5일까지로 정하면서 관가에서 식사 약속과 모임을 취소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자발적으로 단체 회식이나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31일 낮 12시경 서울 중구 서울시청 주변 한 중식당. 주로 시청 공무원이 많이 찾는 이 식당은 오전부터 ‘예약 취소’ 전화가 빗발쳤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예약 취소에 식당 관계자는 울상이 됐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 다음 주 예약돼 있던 저녁 식사 자리는 거의 다 취소됐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고위 공무원 등도 일정을 조정하거나 아예 취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고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외부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일로 예정된 기자간담회와 이번 주에 잡아놓은 점심·저녁 식사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애도 기간 중 저녁 회식과 음주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전국 검찰청에 내렸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번 주 저녁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점심 일정도 최소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 이후 공무원들의 골프 예약 취소 문의도 늘고 있다. 수도권 일대 6곳의 골프장에는 참사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과 31일 오전까지 공무원들의 예약 취소가 20건 이상 이어졌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신분증 등을 통해 예약을 취소하려는 사람이 공무원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별도의 페널티 부과 없이 예약을 취소해 주고 있다”며 “애도기간이 5일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취소 문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핼러윈 당일 소규모로 즐기려던 파티를 취소하고 애도에 동참하고 있다. 직장인 문모 씨(26)는 친구들과의 홈파티를 위해 온라인으로 주문해둔 파티용품과 밀키트 상품 5만 원어치를 배송 직전에 철회했다. 문 씨는 “나나 내 친구들이 겪었을 수도 있는 아픔을 모른 체할 수 없었다”며 “두 달 전부터 핼러윈 코스튬까지 준비했지만 친구들과 상의해 포기했다”고 했다.
핼러윈과 관련 없는 사적 모임을 자발적으로 미루거나 변경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김지성 씨(30)는 31일 퇴근 후 갖기로 했던 동기들과의 약속을 연기했다. 김 씨는 “다 같이 마음 아픈 시기에 웃고 떠드는 건 눈치 보인다”고 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