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外 은행 대출 어려워져 비은행권 기업대출 30% 육박 부동산-도소매-숙박음식업 등 경기 민감 업종 많아 부실위험
기업 대출액 가운데 비(非)은행예금취급기관(비은행기관)에서 받은 대출의 비중이 30%에 육박하면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기관(제2금융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 위축에 취약한 부동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에서 대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부실 위험이 더욱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예금은행과 비은행기관을 통한 대출은 모두 크게 늘어났으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기관 대출의 증가율이 특히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은행기관은 은행은 아니지만 예금을 담당하는 금융기관으로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을 통칭한다. 9월 기준 대출금리는 예금은행이 4.7%, 상호저축은행이 8.0%였다.
전경련에 따르면 2019년 말 이후 올해 상반기(1∼6월)까지 기업 대출액은 연평균 기준 예금은행에서 10.9% 늘어난 데 비해 비은행기관에선 27.5% 증가했다. 그 결과 전체 예금취급기관 중 비은행기관을 통한 기업대출 비중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9.7%를 기록했다고 전경련은 밝혔다.
업종별로는 올해 상반기 기준 부동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의 대출집중도가 각각 2.8과 2.1, 2.0으로 나타나 국내총생산(GDP) 비중 대비 가장 높았다. 대출집중도는 특정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대비 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비율을 의미한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이들 업종이 특히 부동산 경기 경착륙과 내수 위축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는 만큼 해당 업종에서의 대출 부실 발생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